"낭자, 괜찮소?"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도적의 땅굴에서, 경 낭자가 처음 들은 말은 중원 억양이 섞인 인사였고, 처음 본 것은 지극히 평범한 곤봉이었다. 곤봉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수염이 덥…
"낭자, 괜찮소?"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도적의 땅굴에서, 경 낭자가 처음 들은 말은 중원 억양이 섞인 인사였고, 처음 본 것은 지극히 평범한 곤봉이었다. 곤봉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 하나가 보였다.
경 낭자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치맛자락 아래 숨겨 둔 칼을 순식간에 뽑아 맹렬히 공격했다. 사내는 곤봉으로 공격을 받아낸 뒤 놀란 듯 말했다. "실력을 감추다 기습 공격이라니"
"보다시피 난 당신 도움 따윈 필요 없어. 그러니 신세도 지지 않아" 경 낭자는 한마디를 한 후 칼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기는 짧을수록 그만큼 더 위험한 법이오. 일부러 궁지에 몰린 뒤 빈틈을 노리는 건 잔수에 불과하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수는 오래갈 수 없소"
칼끝이 목을 겨눌 때, 경 낭자는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확실히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저 사내의 곤봉이나 빼앗아둘 걸 그랬다.
곤봉 생각을 하자 정말 곤봉이 나타났다. 경 낭자가 다시 그 평범한 곤봉을 본 곳은 시체가 널린 산속이었다. 곤봉을 한 번 휘둘러 성가신 산적 두목을 쓰러트리고, 다시 한번 내리찍어 그대로 두목의 가슴을 관통했다.
경 낭자는 혀를 찼다. 역시 저 남자의 곤봉을 빼앗았어야 했다.
하지만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곤봉술을 배우고 싶어"
"곤봉술은 너무 거칠어서 낭자가 배우기엔 적절하지 않소. 대신 검을 가르쳐 주지"
"검은 강해?"
"낭자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강해질 테지"
"그럼 배울게"
천 리 길을 함께하는 동안, 경 낭자는 검술을 익히고 좋은 검 한 자루를 얻었다. 그 뒤로 매번 검을 뽑을 때마다 그녀는 이 길에서 쌓인 은혜와 정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저버린 약속 또한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