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께 삼가 아뢰옵니다. 산문에서 작별한 뒤로 어느새 두 해가 흘렀습니다. 봉룡 서원이 처음 세워진 이래로 하늘의 보살핌을 받아 점차 좋은 경지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사도 의젓하게 자리를 …
사저께 삼가 아뢰옵니다.
산문에서 작별한 뒤로 어느새 두 해가 흘렀습니다. 봉룡 서원이 처음 세워진 이래로 하늘의 보살핌을 받아 점차 좋은 경지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사도 의젓하게 자리를 잡았고, 학도들 또한 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안으로는 여러 이들이 힘을 기울이고 밖으로는 왕 형님께서 보호해 주시니, 조정에도 이견이 없어 사저께서 근심하던 일들도 이제는 모두 조용히 평온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서신을 올리는 것은 실로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자 함입니다. 지난해 난성에서 한 향민이 책보를 메고 배움을 청해왔는데, 그는 겸손히 경전에 힘쓰고 조용히 격물치지의 도를 깊이 탐구하였습니다. 뜻밖에도 그가 순박하고 투박한 성품으로, 전인들조차 밝혀내지 못한 오묘함을 깨우쳤으니, 초목 염색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새로운 길을 열어 태항의 적토를 염료로 삼은 것입니다. 베틀 돌아가는 소리에 붉은 비단이 무늬를 이룰 때마다, 마치 봄비에 생명이 움트는 듯하여 실로 손뼉을 치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제자를 얻었으니 평생 한이 풀리는 듯합니다.
예전에 사저께서 세우신 뜻을 떠올리면, 비록 제가 걷는 길과는 달라도 근본에 있어 도는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서원에도 새싹이 움트고 첫 꽃망울이 맺혔으니, 그날 사저께서 품으셨던 '백성을 아는 것'이라는 소망이 이뤄지는 듯합니다. 만약 사저께서 이처럼 민간의 지혜가 서원에서 꽃피우는 모습을 보시고, 사저의 도에도 새로운 의미가 더해진다면, 저 또한 크나큰 기쁨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부디 바쁘시더라도 잠시 짬을 내어 꼭 한번 들러 주시길 바랍니다. 자리를 정갈히 닦아 사저의 방문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