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은 어릴 적부터 어둠을 무서워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끝이 없고, 어디까지가 경계인지도 모를 그 어둠은 모든 걸 삼켜버릴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건 오직 …
장철은 어릴 적부터 어둠을 무서워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끝이 없고, 어디까지가 경계인지도 모를 그 어둠은 모든 걸 삼켜버릴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건 오직 소리뿐이었다.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 문이 부서지는 소리, 거란족의 이상한 함성, 칼과 칼이 부딪치는 쇳소리, 격렬한 고함과 아주 오랜 침묵. 그리고 마지막엔...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며 '툭' 끊기는 소리.
그때 장철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걸 알아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걸. 지금 일어난 이 모든 것에서, 다시는 햇빛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그 어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그는 어둠 속을 비틀거리며 달아나다 다리가 부러졌고, 손발로 기다가 손마저 상했다. 결국 팔꿈치를 짚으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밀고 나갔다. 그때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콤한 기름 냄새가 풍겼고, 그 사이로 오랜만에 빛이 새어 나왔다.
눈앞의 여자는 푸른 옷에 붉은 소매를 두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더니 동그란 약환 몇 알을 건네주고, 장철이 삼키는 걸 본 뒤 식어버린 꿀빵을 내밀었다.
'어떤 길은 직접 걸어봐야 알게 되는 법이야. 철아, 이건 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가르침이야.'
'...내 이름은 주우야. 이제부터는 나와 함께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