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볼 때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예전에 어마감에서 말을 돌보는 관리로 있을 때 한 관리가 전마의 사료비를 횡령한 것을 고발했다가 도리어 역적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말았…
이 글을 볼 때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예전에 어마감에서 말을 돌보는 관리로 있을 때 한 관리가 전마의 사료비를 횡령한 것을 고발했다가 도리어 역적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말았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형제 둘이 서로 의지해 겨우 살아온 세월이었기에, 너까지 죽음에 끌어들이는 것만은 차마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몸을 낮춰 용무군에 몸을 의탁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협박해 밤중에 수레를 몰게 했고, 시신을 황야에 버리게 했다. 이윽고 수레 안의 사망자를 확인했는데, 그는...
비록 내가 천한 몸이라 하나, 어찌 이런 대역무도한 짓에 가담할 수 있겠느냐. 하여 나는 소금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탄스럽도다. 반평생 거친 말을 길들이고 활과 칼을 익혀온 재주가 끝내 역적을 돕는 흉기가 되고 말았으니.
이 글이 네 손에 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만약 운 좋게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내 마지막 말을 꼭 명심하거라. 공명에 대한 미련을 서둘러 버리고, 척박한 밭 두어 마지기라도 마련하거라. 직접 농사지어 먹고사는 것이 비록 고되나, 평안함은 만금보다 귀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