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체통이 서질 않는군!" 묵성에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유명한 장로가 한 분 있다. 그의 전승 수여명을 굳이 기억할 필요조차 없었다. 별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물통 형…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체통이 서질 않는군!" 묵성에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유명한 장로가 한 분 있다. 그의 전승 수여명을 굳이 기억할 필요조차 없었다. 별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물통 형님"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누구를 가리키는지 모두가 금세 알아챘다. 그 별명을 시작으로 "역사", "구통왕", "한 통 더" 같은 온갖 별칭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격 장로의 반응은 언제나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체통이 서질 않는군! 장유유서도 모르다니!" 그런데 다른 장로들이 나서서 제자들에게 장로의 별명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꾸짖자, 이번에는 그가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체통이 서질 않는군. 권위를 앞세워 아랫사람을 억누르다니, 어찌 겸애를 논한단 말이냐?" 장로들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다가 나중에는 도리어 이 일로 격 장로와 함께 문중 제자들에게 사과했다. 격 장로는 "체통"을 지키는 데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했다. 하지만 그 엄격함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한번은 수업 중에 격 장로가 마침 한 편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허황되기 짝이 없구나! 이런 망상이나 늘어놓은 글이 어찌 상등 문집에 실렸단 말이냐! 이게 무슨 꼴인지!" 그런데 저자를 보니 바로 젊은 시절의 자기 자신이었다. "비록 옛날의 나라고는 해도, 이 글은 정말 엉망이군... 수업 중에 이런 상스러운 말을 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퉤, 퉤!" 자기 글이라고 해서 봐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체통'도 언제나 한결같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때에 따라 달라질 줄도 알았다. 격 장로가 젊었을 때 묵산도와 문진관이 친하게 지내며 서로 학문 탐구를 많이 했다. 그때 그는 크게 노하여 "체통이 서질 않는군."을 다섯 번이나 연달아 말했다. '묵가는 유가가 아니다. 문진관의 인의는 겉만 번지르르할 뿐, 결국 명예와 출세를 좇는 학문이다. 그런 건 적게 들을수록 좋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후에 묵산도가 더욱 엄하게 폐쇄하며 문진관과의 왕래가 끊기자, 문중 제자들이 유가 전적을 읽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일찍이 문진관 제자들과 여러 논쟁을 벌였던 격 장로는 속으로 "체통이 서질 않는군"를 열 번이나 되뇌었다. 묵학은 본래 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거늘, 유가 학설을 전혀 묻지도 알지도 않으면 어찌 묵문의 정수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앞뒤의 "체통"은 정반대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체통"이란 당시의 식견 중에서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세월이 흘러 장로가 되고, 젊은 제자들을 돌보게 되면서, 그의 체통은 날마다 시험대에 올랐다. 성 안에서 덜렁대며 함부로 부딪치다니, 체통이 서질 않는군! 선생을 뵙고서도 예를 갖추지 않다니, 체통이 서질 않는군! 남녀유별도 모르고 손부터 잡다니, 체통이 서질 않는군! ... 이런저런 일이 끊이지 않는 만큼, "체통이 서질 않는군."라는 말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말만 하지 않았다. 경솔한 제자는 성미를 다잡아 주었고, 스승을 어려워해 인사조차 못 하는 제자에게는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남녀 제자 사이에 정이 생기면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 격 장로는 자신의 "체통"을 지키며 입버릇처럼 "체통이 서질 않는군."를 되풀이했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체통" 또한 이해하려 애썼다. 사람은 모두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니 체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저마다 지켜야 할 체통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끝까지 자신의 체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법이다.

댓글

—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체통이 서질 않는군!" 묵성에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더 유명한 장로가 한 분 있다. 그의 전승 수여명을 굳이 기억할 필요조차 없었다. 별…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