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다섯 번째, 뜨거운 국물을 그 아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두지 말 것. 백예순 번째, 우유는 반드시 과자로 만들 것. 직접 마시게 하면 배탈이 난다. 삼백열 번째, 오이랑 파가 들어간 음식을 안…
일흔다섯 번째, 뜨거운 국물을 그 아이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두지 말 것.
백예순 번째, 우유는 반드시 과자로 만들 것. 직접 마시게 하면 배탈이 난다.
삼백열 번째, 오이랑 파가 들어간 음식을 안 먹지만 말하지 않거나 속이면 가끔은 얼버무릴 수 있다.
......
구 대장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필기를 이미 열두 권이나 썼다.
기관술과 미식은 도면을 따라 찾아갈 수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구 대장인이 참고할 만한 기성 도면이 없었다.
기계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세게 두드리거나 분해해서 점검하면 문제를 고칠 수 있다. 음식의 불 조절을 잘못해도 설익은 밥이나 타버린 떡을 먹는 정도이고 기껏해야 이삼 일 배가 아프다가 지나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아이를 안을 때 힘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밥을 몇 살까지 먹여야 하는지, 매일 몇 마디 위로와 몇 마디 꾸중, 얼마의 용돈을 주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천하에 이렇게 번거로운 기관술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구 대장인은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가르쳤는데 위로는 묵도의 경문을 풀고 아래로는 각종 기묘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자신이 편식하는 꼬마 하나를 다루지 못한단 말인가? 그는 분연히 십여 권의 고방을 수집했다. 밤울음을 멎게 하는 탕약부터 입맛을 돋우는 보약까지 고서에 있는 것이라면 모두 배워서 효효에게 달여 먹였다.
그리하여 원래 기계 장치 부품으로 가득했던 방은 각종 기이한 식재료로 가득 찼다.
묵산도에서 기관술을 연구하던 대장인은 이렇게 고방 연구의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
연구를 하는 것은 본래 그가 잘하는 일이었다. 필기만 정리하면 그대로 따라 아이를 키우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그때가 되면 온 묵성에서 그보다 아이 키우기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 대장인은 득의양양하게 생각하며 다시 고방 속으로 파고들었다.
다만 이 아이는 왜 책에 나온 대로 자라지 않는 걸까? 입맛도 바뀌고 성격도 바뀐다. 아버지를 달래고 속이며 계략을 꾸미고 암도진창까지 펼치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효효가 팔보다 긴 뒤집개를 휘둘러 능숙하게 냄비 속 생선을 뒤집는 모습을 보면 이 꼬마 때문에 생긴 자부심과 흐뭇함, 부끄러움... 마음속에 차오르는 것은 천하의 조리법에도 기록된 적 없는 맛이었다.
구 대장인은 이 모든 것을 필기에 담기로 했다. 이것은 아무도 쓴 적 없는 새로운 조리법이다. 어쩌면 시간을 조금 들이고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보태고 인내심을 조금만 더하면 된다. 그러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마음들이 아이에게서 자연스럽게 자라나 조용히 아버지의 마음을 가득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