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옥의 마당은 너무 작았다. 매일 밖에서 날아드는 새 몇 마리를 바라보며 그저 심심함을 달랠 뿐이었다. 그런데 그날 찾아온 사람은 평소 보던 새들보다 훨씬 떠들썩하고 흥미로운 존재였다. 그래서 그녀…
심옥의 마당은 너무 작았다. 매일 밖에서 날아드는 새 몇 마리를 바라보며 그저 심심함을 달랠 뿐이었다. 그런데 그날 찾아온 사람은 평소 보던 새들보다 훨씬 떠들썩하고 흥미로운 존재였다.
그래서 그녀는 새 모이를 한 줌 쥐어 던졌다. 오늘 밤 찾아와 준 것에 대한 작은 인사였다.
그런데 그는 아예 심옥에게 찰싹 달라붙어 버렸다.
심옥은 길가의 고양이에게 밥을 줬다가 며칠 동안 집 앞을 맴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새는 갈 곳 없는 새가 아니었다. 털빛이 윤기 나고 깔끔했으며, 분명 누군가에게 소중히 길러진 새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얼굴로, 바깥세상에서 고생 한 번 안 해본 듯한 그가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는 걸까.
마치 감사라도 전하듯, 그는 매일 밤 바깥에서 이야기를 물고 와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심옥은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다.
이 작은 마당에서는 하늘 한 조각밖에 보이지 않았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뿐이었고, 아버지가 고른 책들이었다. 밥상 위의 음식은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됐다. 하루하루가 다른 이가 정해둔 틀 안에서만 흘러갔다.
다른 사람들의 하루는 책 한 권처럼 각 장마다 달라서 오늘엔 오늘의 새로움이, 내일엔 내일의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하루는 한 장의 종이 같았다. 뒤집어도 같은 글자뿐이었다. 그래서 날마다 그 종이를 넘기며, 종이가 구겨지고 책장이 누렇게 변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의 또 다른 한 장, 두 번째 이야기였다.
그는 마치 새장 밖으로 나온 새 같았다. 하지만 심옥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갇힌 새장은 그보다 훨씬 무겁다는걸. 그의 새장은 덩굴로 엮인 것이었지만, 그녀의 것은 금과 은으로 만든 사슬이었다. 그는 간신히 날개를 퍼덕일 수 있었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마음대로 지을 수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이 이야기를 남길 수 있겠는가.
심옥의 서재에는 두꺼운 종이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그녀의 세월은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한 장의 책장이었다. 아무리 두꺼운 종이와 책이라도 불씨 하나면 모두 태워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태워서 무엇하겠는가.
하나를 태워도 또 다른 것이 남았고, 이 집을 태워도 저 집이 남아 있었다. 한 사슬을 끊어도 또 다른 사슬이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새에게 모이를 주며,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듣는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