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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 역참 서고 마지막 계단의 촛불이 막 꺼졌다. 홍옥은 잠시 어둠에 적응한 뒤, 곧바로 화섭자를 꺼내 손에 든 등불을 밝혔다. 그러자 사방의 벽감에 보관된 죽간이 눈에 들어왔다. 한나라의 예서는 …

현천 역참 서고 마지막 계단의 촛불이 막 꺼졌다. 홍옥은 잠시 어둠에 적응한 뒤, 곧바로 화섭자를 꺼내 손에 든 등불을 밝혔다. 그러자 사방의 벽감에 보관된 죽간이 눈에 들어왔다. 한나라의 예서는 여전히 또렷했고, 위나라의 책끈은 여전히 단단히 엮여 있었다. 이것은 한무제가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던 시절부터 보관된 죽간으로, 현천 역참이 '현천치'라 불리던 때의 기록이다. 홍옥은 수많은 죽간을 어루만지다가, 하나를 골라 조심스럽게 비단끈을 풀었다. "감로 2년 2월 경신 초하루 병술일, 어리치의 색부 우씨가 현천치에 이첩한다. 좌사 광에게 전마 열 필을 끌게 하여 풍 부인을 보필하고, 겉보리 서른두 석 일곱 말과 여물 스물다섯 석 두 균을 지급하노라." 풍 부인? 서한 시대 해우공주의 시녀이자, 오손과 한나라 사이를 누비던 기이한 여인 아닌가. 홍옥은 한서를 읽었기에, 이 여인의 담력을 알고 있었다. 그녀도 현천 역참에 온 적이 있단 말인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죽간 위의 먼지와 모래를 날렸다. 등불의 노르스름한 빛이 먼지 장막에 비치며 홍옥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 찰나, 옷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흑발의 여인이 현천치의 객실 안을 서성이며, 조용히 한숨을 쉬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했다. 눈앞의 희미한 등불이 사방의 벽을 물들였다. 홍옥은 자신이 오늘 막 청소를 마친 객실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시종들은 고개를 숙인 채 대기 중이었고, 구석의 박산로에서는 귀한 백화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평상 위에서 시녀가 낮은 의자를 건네자, 풍 부인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홍옥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곁에 있던 시종이 홍옥을 살짝 밀었다. "역참의 말이 길에 버려지고, 관리들은 따라잡지도 못한다니... 색부 홍옥이여,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풍 부인의 목소리는 깊은 물처럼 차분했으나, 감출 수 없는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홍옥이 입을 떼려는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마치 얇은 장막에 뒤덮인 듯 흐려졌다. 곧이어 장막이 겹겹이 말려와 홍옥의 코끝을 스치며 간지럽혔고, 그는 저도 모르게 코를 찡그리고 재채기를 했다. 홍옥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현천 역참 서고의 마지막 계단에 서 있었다. 손에 든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사면의 벽감에 보관된 죽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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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 역참 서고 마지막 계단의 촛불이 막 꺼졌다. 홍옥은 잠시 어둠에 적응한 뒤, 곧바로 화섭자를 꺼내 손에 든 등불을 밝혔다. 그러자 사방의 벽감에 보관된 죽간…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