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의 명성은 개봉에 모르는 이가 없으나, 하백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개봉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하백은 본래 박랑 장씨이며, 한무제 때부터 하남과 하북 일대를 호령하…
하백의 명성은 개봉에 모르는 이가 없으나, 하백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개봉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하백은 본래 박랑 장씨이며, 한무제 때부터 하남과 하북 일대를 호령하고 조운을 관장하며 위세를 떨쳤으나, 한순간 방심으로 인해 몸이 약해져 거란족의 개가 되어 그 이후로는 이름을 입에 올릴 가치조차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하백이 용교방 사람이라 하며, 청의 붉은 소매에 가면을 쓴 채 부채와 검을 함께 다루어, 구세의 의술을 행하는 자라며, 당시 거란과의 전투에서 공적이 빛났던 주우 방주라 전한다.
또 다른 이는 하백이...단지 이름일 뿐이라 말한다. 허나 그 이름을 한 번 잘못 불렀다간, 평생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짊어지고, 그 생은 끝내 다른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하였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흥분하여, 대체 누가 그런 망언을 했느냐며 두리번거렸다. 허나 그곳엔 허름한 짚신을 질질 끌고, 개꼬리풀 하나를 입에 문 채, 졸린 눈을 비비는 한 건어물 장사꾼만 있을 뿐이었다. "시장 바닥의 우스갯소릴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하지만 이 건어물 장사꾼 말이 아니면, 과연 누가 믿겠습니까?" 그 말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흩어졌다. 건어물 장사꾼의 말을 여태까지 진지하게 믿는 자가 있었겠는가.
봉이는 한 곳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강호는 넓고 넓으니, 사해를 누비며 의협을 펼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봉이는 한 곳에 묶여야만 했다. 개봉 백성이 거란족의 칼 아래에 묶였기 때문이다. 개봉성이 함락되었을 때, 평민이 양처럼 잡혀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선의 결과였고, 죽은 자를 구하고 병든 자를 돌보는 것은 언제나 강호의 호걸들이었다. 그 작은 건어물 장사꾼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봉이는 스스로 이렇게 자조할 수 있었다. 이미 사람이 떠난 청구촌을 걷다가, 무서운 거란 장수의 검을 난데없이 맞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영웅이 미녀를 구하는 이야기는 소설에 자주 나오나, 봉이는 큰 팔뚝과 굵은 허리를 가진 인물로, 미녀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었다. 눈앞의 녹색 옷을 입은 붉은 소매 여인은 검을 휘둘러 한 번에 거란족을 물리쳤고, 뒤돌아 한 발로 봉이를 밟았다. 이제 건어물 장사꾼은 도저히 일어설 수 없었다. 한 발에 땅에 못 박혔다. 이런 시작은 결코 낭만적이라 할 수 없지만, 그 구원의 한 검은 충분히 가슴을 울렸다.
시간이 흐른 후 봉이는 알았다. 훗날 봉이가 겨우 주유탕을 마시고 용교방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그때 주우는 연등승과 함께 주유탕을 달이느라 지쳐 있었다는 것을... 주우 휘하의 용교방 사람들은 모두 평범했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 평범한 무예를 쓰며, 평범한 생사를 거쳤으나, 평범과는 무관한 장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거란족을 몰아내고 내년 내후년에는 황하 물결이 평온하여 바람과 비가 일지 않게 하리라." 이 말은 평범한 사람이 하면 믿지 않을 것이지만, 그녀가 말하니 엄청난 힘이 있었고, 모두가 믿었다.
"지금 이 순간 거란을 몰아내고 내년 내후년에는 황하 물결이 평온하여 바람과 비가 일지 않게 하리라." 건어물 장사꾼조차도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