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한위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고 또 그려보았다. 피에 젖은 황포와 활짝 열린 성문. 그 사람이 말을 몰고 달려온다. 말굽 아래로 초승달 모양의 핏자국이 하나씩 찍힌다. 하나, 또 하나.…

한위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고 또 그려보았다. 피에 젖은 황포와 활짝 열린 성문. 그 사람이 말을 몰고 달려온다. 말굽 아래로 초승달 모양의 핏자국이 하나씩 찍힌다. 하나, 또 하나. 은혜와 원한을 짓밟으며, 끝내 금란전까지 다다른다. 그 핏빛 초승달들은 어느새 웃는 얼굴처럼 변하고, 곧 입을 크게 벌려 세상을 집어삼킬 것만 같다. 세상도, 장정들의 머리도, 부녀자들의 손에 들린 전병까지도. 매번 이런 식이었다. 아무리 떠올려도, 그 얼굴이 피로 물들지 않은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다, 그건 피였다. 아버지의 피, 어머니의 피, 한씨 가문 일가의 피. 생각에 잠기자, 환영 속 그 얼굴의 눈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한 줄기의 피가 길고 느리게, 구불구불 흘렀다. 그 사람이 울고 있는 건가...? 어째서? 이미 황제가 되었고, 역사에도 이름을 남길 사람인데, 무엇이 슬퍼서 우는 거지? 통증이 느껴졌다. 아, 피는 자신의 손바닥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는 거문고에서 손을 놓았다. 현에는 이미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너무 세게 쥐어 스스로를 베어버린 것이다. 취화음에서 가장 아름답던 여인이 말했었다. 그 손은 잘 간직해야 한다고. 거문고를 타고, 피리를 불어야 할 손인데 어쩌다 이런 더러운 일에 쓰게 되었느냐고. "이 독주는 네가 마셔. 그래야 취화음에서 받은 은혜도 갚는 셈이니..."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또렷하게 기억난다. 고개를 들자, 피로 얼룩진 그 얼굴이 다시 사라지려 한다. 안 된다. 이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마저 그 증오를 잊는다면, 이 세상에 누가 그것을 기억해 주겠는가. "정말 그를 죽이러 가겠다고? 혼자서? 제정신이야?" 그와 마찬가지로 혼자인 여자가, 드물게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의 피를 가만히 목덜미에 문질렀다. 마치 스스로 목에 걸린 붉은 끈을 그리듯이.

댓글

—
한위는 마음속으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고 또 그려보았다. 피에 젖은 황포와 활짝 열린 성문. 그 사람이 말을 몰고 달려온다. 말굽 아래로 초승달 모양의 핏자국…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