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어느 주막에서 최도와 저청천이 처마 위에 앉아 있었다. 최도는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었고 말소리가 옹기종기 울렸다. "흐!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 최…
변방 어느 주막에서 최도와 저청천이 처마 위에 앉아 있었다.
최도는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었고 말소리가 옹기종기 울렸다. "흐!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
최도가 고개를 돌려 옆의 저청천을 보았다. "내가 질문했잖아!"
"어떤 이는 의를 소중히 여기고 어떤 이는 이를 소중히 여기지. 또 어떤 이는...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약속만을 소중히 여기네." 저청천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말을 마치고는 술 단지를 들어 올려 크게 한 모금 마셨다.
"틀리지 않았지. 나 사인도는 한평생 종횡무진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다만 두려운 것은 부모님을 뵈러 갈 때 무신의 무리라 불리는 것이지!"
"걱정 마. 내가 증인이 될 수 있네. 자네는 형편없지만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소중히 여기는 것만큼은 아무도 자네를 당할 수 없어!"
"하하하하하! 자, 술이나 마시자!"
"그만 마셔. 만약 자네가 술 취해 큰 소동을 일으키면 좋지 않아."
"젠장, 시끄러. 내가 술 마시는 것도 네 일에 방해가 되나!"
"이렇게 하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게. 내가 약속하지. 장차 직접 자네에게 상품 고별주 한 단지를 올리겠네."
"한 단지?"
"열 단지."
"좋아! 말 한번 했으면 그만이야. 이 몸이 자네를 이번 한 번만 믿어주지!"
저청천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기와에 비스듬히 기대어 미취한 채 무언가를 되뇌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최도는 저청천이 무엇을 읊고 있는지 들리지 않았고 다만 성가시다 여겼다. 술을 마시지 못해 가슴이 답답했기에 흔들거리며 일어나 칼을 빼어 취한 채로 춤을 추었다.
아주 오랜 뒤에야 최도는 당시 저청천이 읊고 있던 것이 긴 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석 잔에 약속을 토해내니 오악도 가볍게 쓰러지고..."
"눈이 흐리고 귀가 뜨거워진 뒤 의기가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네..."
저청천이 읊은 협객행이 끝날 때 쯤, 사인도의 춤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