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구하지 못하는 자는 남도 구할 수 없다. 그러나 주우는 그 말이 거꾸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을 구하지 못하는 자야말로 결국 자기 자신도 구하지 못한다고. 개봉의 정씨 대저택은 더…
자기 자신을 구하지 못하는 자는 남도 구할 수 없다. 그러나 주우는 그 말이 거꾸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을 구하지 못하는 자야말로 결국 자기 자신도 구하지 못한다고. 개봉의 정씨 대저택은 더 이상 옛 명문가가 아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는 '정가에서 죽을 나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정가의 어린 아들이 지나가던 굶주린 이들에게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마른 음식을 건넸다고도 했다. 주우 역시, 그중 하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청계를 떠나기 전, 사부는 말했다. "선함은 난세에서 가장 귀한 품성이다." 그때는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몰랐지만, 개봉까지 걸어오는 동안 주우는 그 뜻을 깨달았다. 난세에서 선함이 귀한 이유는 사람이 본래 악해서가 아니었다. 그런 세상에서 끝까지 선하게 살아남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살육의 칼날을 견디지 못한 이는 드물었지만, 사람 마음속 악을 이기지 못한 이는 훨씬 더 많았다. 가끔은 주우 자신조차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세상의 악이 사람의 선을 짓밟은 건지, 사람 마음의 악이 세상의 선을 무너뜨린 건지.
그 아이는 칼날 아래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사람 마음의 악함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주우도 알 수 없었다. 불길이 얼마나 오래 타올랐을까. 영양 정씨가 자랑하던 백 년의 영광은 잿더미가 되었고, 함께 사라진 건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원혼이었다. 주우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 홀로 무릎 꿇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여린 등이 외로워 보였고, 그 눈동자는 불꽃 속에서 흔들리며 점점 어두워졌다.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아수라의 눈빛이었다. 과연 그 아이는 사람 마음의 악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우와!"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잔해 속에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날이 밝았다. 오랜만에 비친 햇살이 정성껏 숨겨져 있던 포대기와 딸랑이를 비췄고, 핏빛이 엉긴 주우의 검을 비췄으며, 그 아이 눈동자 속의 어둠까지 비추었다. 주우는 얼굴의 핏자국을 닦고, 검을 칼집에 넣은 뒤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청계관 주우"
"영...정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