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공자> 광란문 제자 사흠은 동문들과 영 딴판이었다. 광란문 동문들은 술이 옷자락을 적셔도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사흠은 거품에 옷을 담갔다가, 술 얼룩을 꼼꼼히 비벼 빨고, 날이 맑…
<우렁이 공자>
광란문 제자 사흠은 동문들과 영 딴판이었다.
광란문 동문들은 술이 옷자락을 적셔도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사흠은 거품에 옷을 담갔다가, 술 얼룩을 꼼꼼히 비벼 빨고, 날이 맑으면 더 바짝 말렸다.
동문들이 술 단지를 들어 한 모금씩 돌릴 때면, 사흠은 어색하지만 예를 잃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결벽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강골이라 믿었고, 삶과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장창을 무덤 삼는 사내였다.
하지만 깨끗함을 좋아하는 게 무슨 죄란 말인가! 광란문 제자가 깨끗함을 좋아해도 그건 죄가 아니다!
사흠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수년간 모은 돈을 털어 외딴 곳에 작은 뜰집 하나를 장만했다.
강호를 떠돌다 돌아오면 뜰을 쓸고 화초도 심을 수 있으리라.
누군가가 사흠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잘 살아라. 그러면 그 빚은 갚은 셈이다.
그날 귀가하니, 창이 반짝이고 티끌 하나 없던 뜰집 문 앞에 꼴이 말도 못 하게 더러운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사람이라기보다, 해진 걸레가 사람 행세를 하는 꼴이었다.
사흠은 두피가 저릿해져 몸을 굽히고 숨을 살폈다. 아직 살아 있다.
군에서 익힌 서툰 솜씨로나마 귀문관에서 그 '걸레'의 목숨을 건졌다.
그가 씻고 갈아입어 사람 꼴을 갖추자, 기운이 조금 붙는지 헛소리를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헛소리라니? 나는 진짜 개봉 거부, 우씨 가문의 아들이야! 적서 다툼에 휘말려 모함을 당했을 뿐이지. 네가 나를 만난 건 한몫 잡을 절호의 기회다. 은자 오십 냥만 내주면, 내가 네 앞날을 밝혀 주마!
'더는 숨길 수 없군. 나는 관가에서 나온 사람인데, 나쁜 놈 잡다가 그만 요패를 잃었다. 은자 오십 냥만 주면 네 일도 말끔히 풀어 주지!
매주 어느 날이면 이런 헛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헛소리 장터라도 서는 듯했다.
사흠은 아예 귀를 막아 버렸다. 상처만 아물면 그가 어디로 가든 내보내리라 마음먹었다.
'우 공자'가 겨우 목발을 짚고 마당을 디딜 즈음, 문 앞에 몇 사람이 들이닥쳤다.
사흠은 집안의 값나가는 것들을 모조리 내주었다.
'저놈들 배를 불리느니 차라리 나를 불리는 게 낫지!' 우 공자가 성을 내며 물었다. '대체 무엇을 빚졌길래 이러는 거냐?
사흠은 선반 위 술 항아리 하나를 가리켰다. 광란문에서는 술과 고기, 삶과 죽음이 모두 빚이다. 술을 마시면 목숨을 치르고 목숨을 빚지면 술로 갚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목숨 하나를 빚졌는데, 이 술로 갚을 기회가 영영 없었다.
사흠은 그의 눈빛을 읽었다. '너는 내게 빚이 없다.' 그저 손을 뻗었을 뿐, 사람 하나 진흙탕에 빠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다음 날, 우 공자는 사람이 달라진 듯했다.
다리 상처가 덜 나아 비틀거리면서도 청소며 밥짓기며 죄다 앞장섰다. 사흠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하늘에서 온 백수소선이니라. 하늘이 너를 가엾게 여겨 나를 보내 도우라 하셨다. 알았으면 은자 오십 냥을...'
사흠은 하마터면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
결벽은 약도 없다지만 누군가 곁에서 함께 밥을 먹어 주니 또 다른 온기가 스몄다.
날이 서늘해지자 우 공자의 상처도 크게 나아 펄펄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사흠의 이쯤에서 떠나라는 눈치를 못 본 체하고, 며칠 밖에 나갔다가도 제집 드나들듯 뜰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그날, 사흠이 말했다. '이 뜰집은 이미 남에게 넘어갔다. 내일부터는 발길 끊어라.
전장에서 죽은 형제들에게는 술을 돌려줄 길이 없었다. 사흠은 보잘것없는 전답을 살아 있는 친척에게 내어 주며, 그나마 메우려 했다.
우 공자는 막무가내로 하룻밤만 묵겠다고 우겼다.
다음 날, 술 항아리도 그 사람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헁윤 뵹튜' 한 장만 남아 있었다.
사흠은 짐을 꾸려 개봉으로 향했다. 술을 찾아야 했고, 먹고살 길도 찾아야 했다.
'네게 잡혔으니 술은 돌려주마.' 붙잡힌 그날, 우 공자는 유난히 들떠 웃었다. '이래 보여도 나는 은혜를 반드시 갚는 의협이다! 갚고 또 갚아도 다 갚지 못할 만큼 말이지!
사흠은 냉소만 흘렸다. 술은 돌려받았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그럼... 네 진짜 이름부터 말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