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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 아우에게. 지난날 작별한 뒤로 벌써 넉 해가 흘렀으나, 그동안 서로 서신 한 통 오가질 못했구나. 그리움만은 날마다 깊어지고, 어린 시절 나란히 말고삐를 잡고 유주의 들판을 달리던 그때를 떠…

옥당 아우에게. 지난날 작별한 뒤로 벌써 넉 해가 흘렀으나, 그동안 서로 서신 한 통 오가질 못했구나. 그리움만은 날마다 깊어지고, 어린 시절 나란히 말고삐를 잡고 유주의 들판을 달리던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바람결에 먼저 눈시울이 붉어지고, 혼자 조용히 마음속으로 슬퍼하곤 했지. 유주가 함락된 뒤, 순마장이 시련을 겪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팔 년이네. 언제나 시국이 나아지기만을 바라왔으나, 누가 알았겠는가. 막상 살아보니 걸음마다 낭떠러지에 선 듯 위태로웠고, 해를 거듭해 갈수록 치욕만이 더해져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오고야 말았구나. 거란이 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네. 그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순마장의 말 조련 비법을 노려, 연북맹의 이름을 빌려 거짓 친분을 내세우며 집요하게 비법을 빼내려 했지. 경당은 나이는 비록 어렸지만 마음이 영특하여, 그 비열한 속셈을 일찍이 간파하고 차라리 죽을지언정 뜻을 굽히지 않았다네. 결국 오랑캐들은 연북맹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워 그를 죽이고 말았지. 그때 온 집안이 모조리 적의 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경당의 부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대대적인 숙청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네. 다행히 고반과 여러 형화 동포들이 목숨을 걸고 변방을 떠돌며 마침내 도움을 만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 도망치는 도중, 집안 어른들께서는 오랑캐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해 자진하여 옛집에 남으셨고, 우리가 모두 거란 땅을 빠져나간 뒤에야, 친척들 모두가 유주에서 목숨을 잃고 단 한 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호타강 가에 이르러서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힘을 합쳐 순마장을 다시 일으켰다네. 그러나 잃어버린 고향, 거란에 대한 원한, 그리고 친족을 잃은 한이 하루도 가슴을 찌르지 않은 날이 없었지. 천복 7년에 새 황제가 즉위하며 신하가 오랑캐에 머리 숙이던 정책을 거두기에 연운 회복의 조짐이 보였고, 나는 이때를 기회로 삼아 마음을 다잡았다네. 마침 아내의 소개로 연북맹의 명을 받아 비마의 수장 자리를 잇게 되었지. 변경을 오가는 협객들을 맞으며 조정에는 전마를 바치고 전쟁용 안장도 갖추고, 장원의 이름도 '노마장'이라 바꿨지. 그 속내는 쌓인 분노를 풀자는 뜻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소년 시절 성난 말을 타고 화려한 옷을 입었던 그 기억을 되살리며, 기어이 이 깊은 원한만큼은 내 손으로 씻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네. 너는 일찍이 나를 만류하며 이렇게 일렀지. '조정은 믿을 것이 못 되고, 진나라와 오랑캐의 다툼도 늘 위태하니, 남쪽으로 내려가 조용히 때를 기다리라'고.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아우의 슬기롭고 깊은 판단이 내 부족한 눈보다 훨씬 앞서 있었구나. 세상의 원한이 어디 기씨 집안만의 일이겠는가. 간교하고 사나운 무리가 결코 오랑캐 땅에만 있는 것도 아니지. 진군이 북벌할 적에 두중위가 직접 장원에 들이닥쳤을 때부터, 이미 변고의 기운이 감돌았네. 통수라는 이가 사치와 향락에만 빠져 있고, 나라를 위해 보답하겠다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었지. 그러면서도, 황실의 핏줄이라는 것과 조정과 가까운 연줄만 믿고, 우리를 겁박해 백성에게서 빼앗은 재물을 장원에 숨기게 했네. 처음엔 그 재물이 모두 백성들로부터 짜낸 것인 줄 모르고 따랐지만, 뒤늦게야 종제 언영이 유랑민 고아 둘을 거두는 걸 보고서야 두중위 같은 역적이 그 아이들 부모에게서 마지막 양식까지 빼앗아 굶어 죽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지. 고반이 틈을 타 몰래 연북맹에 알리려 했지만, 오히려 들켜 협박만 당하고 말았네. 옥당 아우여, 진군의 패색이 이미 드러났고, 장원에 있는 모두가 하루하루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운 지경이라 이 밤 등불 아래에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네. 이번에 고반과 집안의 여러 비마 제자들을 이끌고 중도교로 나서는 일은, 나로서도 정말 마지막 한 판 승부라 여기고 있네. 예전에는 하늘과 땅이 무정하다 하여, 기씨 집안이 세 번이나 큰 재난을 겪고 살아남은 자는 갈 길이 없고, 죽은 자는 묻힐 곳조차 없는 세상을 그저 원망하곤 했지. 하지만 지금, 이렇게 붓을 잡고서야 새삼 깨닫는다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한다 해도 허물은 결국 내게 있으니, 멀리 내다보지 못한 탓에 친족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구나. 세상사란 이처럼 덧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우는 이미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갔으니 그나마 마음 한켠 놓인다네. 부디 평안한 곳을 찾아 몸을 두고, 마구간에 조용히 엎드린 천리마처럼 멀리 날아오를 뜻을 속에 품으시게. 언젠가 세상이 다시 뒤집히고 노마의 울음소리가 멀리 울릴 그날, 그 오랜 소망까지도 기어이 이루시길 진심으로 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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