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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야가 처음 불선선에 갔을 때, 녹지 않는 만년설처럼 천지를 뒤덮은 배꽃을 보았다. 꽃은 탐스럽게 피어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배꽃을 가장 싫어했다. 신선 나루의 그 여주인이 심은 것이라 들었다…

천야가 처음 불선선에 갔을 때, 녹지 않는 만년설처럼 천지를 뒤덮은 배꽃을 보았다. 꽃은 탐스럽게 피어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배꽃을 가장 싫어했다. 신선 나루의 그 여주인이 심은 것이라 들었다. 여주인은 이렇게 많은 배꽃을 심고는, 신선 나루의 불선선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참으로 우스운 소원이다. 잘난체하고는. 너무 우스워서... 이 보잘것없는 하얀 꽃과 순진한 그 여주인을 같이 모조리 불태워 버리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한향선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천야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 혹은 만난 적은 없지만 그냥 낯익은 얼굴. 그 여인은 뒤에서 있던 작은 돌멩이를 던져, 젊은이의 이마를 맞췄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뛰어난 실력과 이를 깊숙이 숨길 수 있는 강호인 앞에서, 방금과 같은 빈틈은 매우 치명적이다. 시쳇더미에서 구르며 수행해 온 천야도 이 이치를 모를 리 없다. 단지... 이 여인을 마주하고 있자니, 그녀는 마치 이제 막 강호에 첫발을 내디딘 것만 같았다. 여인이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니, 은은한 배꽃 향을 풍겼다. "이곳이 불선선이라 불린다 들었습니다. 혹 원앙새가 되니, 신선도 부럽지 않다는 뜻이라 불선선입니까?" "속세가 단란하니, 신선도 부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두 여인이 각자 한 명은 성품이 여린 주객, 다른 한 명은 평범해진 객잔 주인인 체하고 있어, 주고받는 말속에 진심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천야는 문득 눈앞의 여인이 그녀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이렇게 과거를 감추고, 마음속 비밀을 숨기며, 다른 사람인 양 행세하고 있다. 아무리 한향선이 잘 감추고 있다고 해도, 천야는 이를 단번에 간파했다. 이유를 말하긴 어려웠지만, 둘 사이는 실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만나 가까워지고, 함께 공감하며, 뒤엉켜버릴 운명 같았다. 고개를 숙인 천야는 한향선이 따른 술을 내려다보았다. 한향선은 잠시 정신이 흐트러졌었는지, 술잔과 그녀의 손에 머리카락을 한 올 떨어뜨렸다. 칠흑처럼 검은 머리칼은 가늘고도 가벼워서, 한번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이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수많은 절세미인을 봐온 천야였지만, 이번처럼 취해버린 것은 처음이었다. 분명 술이 너무 독한 탓이리라. 이것이 무어란 말인가. 오랜 벗을 만난 듯한 친밀감인가, 첫눈에 반한 것인가? 뭐든 상관없다. 좋은 것은... 망가뜨리면 그만이다. "언니, 이리와 앉아 천야와 한잔 기울이시지요." 천야는 배꽃도, 평온하지만 엉망진창인 이 객잔도 싫었지만, 불선선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참으로 아쉽구나. 내년이면 이런 술도, 사람도 다시는 만나지 못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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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야가 처음 불선선에 갔을 때, 녹지 않는 만년설처럼 천지를 뒤덮은 배꽃을 보았다. 꽃은 탐스럽게 피어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배꽃을 가장 싫어했다. 신선 나…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