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형은 순마장이 사실 그들이 애지중지 하는 딸을 그와 같은 군한에게 주는 걸 탐탁지 않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생활비, 부부 간 잦은 이별, 전장에선 칼과 검은 무자비해 언제 죽을지 몰라 아내가 …
연형은 순마장이 사실 그들이 애지중지 하는 딸을 그와 같은 군한에게 주는 걸 탐탁지 않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생활비, 부부 간 잦은 이별, 전장에선 칼과 검은 무자비해 언제 죽을지 몰라 아내가 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 등 많은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무상스러웠다. 세종은 북벌 도중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순마장은 이에 타격을 입어 몰락했다. 북벌군이 해산되자 연형은 조광윤을 따르지 않는 동료들과 함께 청하의 풍화촌에 정착해 선생으로 지냈고, 기성과 안정된 생활을 했다. 순마장은 점차 그를 사위로 받아들였고, 연형도 아내에게 다정하고 세심하게 대해 신뢰를 얻었다. 다행히도 기성은 귀족의 버릇은 없었지만 상기에 집착하는 면이 있었다. 그녀를 기쁘게 하려 연형은 늘 고민하며 어떻게 하면 티를 내지 않고 일부러 져 주거나 손에 땀을 쥐게 둘 수 있을까 연구했다.
삶이 이렇게 평화롭기만 하길 바랐지만, 갑작스러운 정북령의 등장은 풍화촌의 평화를 완전히 깨뜨렸다. 정북령이 내려지자 북벌군이 모였고, 재결집이 정말 북벌을 위한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상기판을 보며 연형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무심코 몇 수를 두어 상대를 바로 죽였다. 정적이 너무 깊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의 분노한 얼굴을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기성은 큰 수치심을 느끼며 곧바로 짐을 싸서 친정 풍마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연형은 말문이 막혔고, 사과하려다 뜻밖에도 날카로운 말투가 나왔다. "가라면 가라지! 난 널 붙잡지 않겠다! 네가 기성이라서 상기 신인 줄 알지? 내가 연형이라서 상기를 못 두겠냐? 네 오빠가 내가 이기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으면 난 계속 져 줬을 거야. 네 기분 나쁘게 할 생각도 없었고. 난 이미 지긋지긋해! 가, 빨리 가!"
기성은 울었다. 그들은 결혼 후 처음으로 싸웠고, 연형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하지만 마음을 약하게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모르는 척 떠나는 게 가장 안전했다. 정북령이 단순한 권력 싸움의 상기말이라면, 적어도 지금은 그녀를 지킬 시간이 있었다. 아내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연형은 움켜쥔 손에 새긴 손톱 자국을 풀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네가 웃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