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진비는 평생 '칼잡이'로 살았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인생의 초반에는 사람을 해치는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고, 나중에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돌며 정의를…
두진비는 평생 '칼잡이'로 살았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인생의 초반에는 사람을 해치는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고, 나중에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돌며 정의를 실천하거나 부패한 부자들로부터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 외에 쇠칼을 찬 그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건 맛있는 '고기'였다. 근접전에서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그였지만 결국에는 거란 기병의 활에 맞아 쓰러졌다.
얼마나 잠이 들었던 걸까?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문득 콧속에 흘러드는 고기 냄새에 눈을 번쩍 뜨자, 고기를 들고 가는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정신을 차린 두진비에게 육포 몇 조각을 건네며 사건의 경위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호타강 일대에 있는 식량 창고인 진수창였다. 자신을 장 씨라고 소개한 영감은 이곳에서 이십 년 넘게 푸줏간 일을 하고 있다며, 이곳에서는 '장씨 영감'으로 불린다고 했다. 최근 들어 남쪽으로 쳐들어온 거란 때문에 경계를 강화하며 주변을 순찰하던 도중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협객을 발견하곤 서둘러 데리고 왔다고 했다.
두진비는 입안 가득 육포를 우걱우걱 씹으며 노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조리법으로 만든 건 난생처음이었다. 식감도 독특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맛이었다. 잽싸게 침상에서 내려온 두진비가 탐관오리의 집에서 훔쳐낸 은자를 줄 테니 육포 만드는 법을 전수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노인은 손을 휘휘 젓더니 진심으로 배우고 싶은 거라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오미포는 가문 대대로 내려온 비법이라서, 조리법을 배우려면 자신의 가게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했다.
두진비는 허리에 찬 칼을 만지작거리며 방금 전 거란의 앞잡이에게 습격당한 일을 떠올렸다. 복수심을 불태우는 두진비가 자신의 제안에 머뭇거리자, 노인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안다는 듯이 다시 그에게 제안했다...
젊은이, 그 칼로 오랑캐 백 명을 베고 난 뒤라면 두말하지 않고 가게를 물려받을 텐가?
공기 중에 퍼지는 냄새가 더욱 짙어지는 가운데, 두진비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거래 성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