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경칩이 찾아오니, 옛날 낙양에서 그대와 도를 논하던 일이 문득 떠오르네.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덧 십여 년이 지났군. 이제 봉룡산에 거처를 정하고 제자를 가르치려 하네. 학은 예전 백성과…
또다시 경칩이 찾아오니, 옛날 낙양에서 그대와 도를 논하던 일이 문득 떠오르네.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덧 십여 년이 지났군.
이제 봉룡산에 거처를 정하고 제자를 가르치려 하네. 학은 예전 백성과의 약속을 먼저 이루려 하니 더는 말리지 말게. 각자 가는 길이 있으니 그대의 말은 더 이상 내 귀에 들어오지 않네. 이 편지를 쓰는 것도 도를 두고 다투려는 것이 아니라, 전할 기쁜 소식이 있어서라네.
듣자 하니 문하에 진백이라는 제자가 있다고 하더군. 학문은 쓸데가 없고 덕행도 드러나지 않으니, 이대로 두면 그대의 수치가 될까 걱정되네. 그대와 내가 지기이니 이 근심을 함께 나누고자 하네. 나 또한 재주는 부족하나, 문하의 세 제자는 모두 뛰어나 가르침에 있어서는 나름의 깨달음이 있다는 것을 그대도 알 터이네.
봉룡산 아래 난성이라는 곳이 있네. 민생이 피폐해 조정에서도 변방처럼 여기는 곳이라네. 마침 우리 학문을 시험해 볼 자리이기도 하니, 봉룡의 불씨가 어두운 골짜기를 얼마나 밝힐 수 있을지 보려 하네. 그곳은 오랫동안 현령이 비어 있어 문서와 형정의 여러 일들이 모두 단련의 바탕이 될 터이네. 진백이 난성을 다스리기엔 부족하나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굳이 따지지 않겠네. 속히 그를 이곳으로 보내주게. 내가 그를 위해 칼을 벼려 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