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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가 노부인의 칠순 잔치라 소가 저택은 온통 붉은 장식을 두르고 귀빈이 자리를 가득 메워 경사스러운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 북적이는 손님들 사이로 서주 각 명문가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끊…

오늘은 소가 노부인의 칠순 잔치라 소가 저택은 온통 붉은 장식을 두르고 귀빈이 자리를 가득 메워 경사스러운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 북적이는 손님들 사이로 서주 각 명문가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소가가 어디서 기연을 얻었기에 소문으로만 듣던 용왕과 연이 닿은 건지 말하느라 바빴다. 그저 용조방의 위세를 조금 빌려 소금 운반을 잠시 맡았을 뿐인데, 단숨에 군현의 호족들을 멀찌감치 따돌렸으니 말이다. 소가의 주인은 이미 쉰 살이었으나 여전히 한량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소가가 자신의 대에서 부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늘 노부인의 칠순이라 잔치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마셔 정신이 몽롱했다. 소가 노부인은 못난 아들을 흘겨보더니 이제 제대로 가업을 이끄는 손녀 소완을 바라보며 안색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소완 곁에 있는 외부인에게 닿자 마치 뱀이나 전갈을 본 듯 혐오감을 감추지 못했다. "용운천, 오늘 연회에서 소완은 처리할 일이 있다. 소가의 대사를 외부인인 네가 알 필요는 없으니 별채로 가서 피해 있거라!" 용운천이란 자는 검은 눈썹에 눈빛이 밝고, 얼굴은 수척하여 천성적으로 냉기를 풍겼다. 오늘은 머리도 다듬지 않고 대충 묶어 강호의 기운이 더 짙었다. 이런 남자가 대중 앞에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소가의 데릴사위였고, 사람들은 그를 소완 일생의 오점이라 했다. 용운천은 소완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노부인의 눈에 차지 않던 계집아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소가의 권력을 잡고 존경을 한몸에 받는 가주이자 그의 아내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여전히 화기애애하게 서주 별가의 서자 나봉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소완은 완전히 잊은 모양이었다. 소가에서 쫓겨나 곤경에 빠졌을 때 누가 그녀와 동고동락했는지, 누가 기꺼이 데릴사위라는 불명예도 감수하고 저택에 들어와 그녀가 가문의 권세를 잡도록 도왔는지 말이다. 용운천이 고개를 들어 예전의 기개를 되찾더니 높은 자리에 앉은 노부인을 향해 조롱 섞인 말을 던졌다. "노부인, 손녀에게 서자를 신랑감으로 소개하려는 겁니까? 나 용가가 데릴사위인 건 맞지만 아직 죽진 않았습니다!" 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 소완이 곧바로 돌아서서 용운천을 노려보았다. 귀빈들의 수군거림이 커지자 소완은 분노를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 "부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신은 데릴사위니 노부인께서 자리를 피하라 하신 것은 예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어찌 근거 없는 소리로 생신연에서 어르신께 대듭니까?" "예법... 예법이라고? 하하하하하, 참 좋은 예법이구려! 기억하시오? 당신이 이 노망난 여자에게 여자는 가업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쫓겨났을 때, 누가 당신을 도왔소? 누가 기꺼이 데릴사위를 자처하며 소가에 들어와 당신과 함께 그 예법에 맞섰소?" 노부인이 크게 놀라 용운천을 손가락질하며 당장이라도 사람을 시켜 그의 목숨을 거두려 했다. "미쳤구나! 네가 미쳤어! 나와 완완은 소가 사람이고 지난 일의 앙금은 이미 풀렸다. 이제 완완이 가업을 다스려 우리 소가는 명문가가 될 터인데 네까짓 외부인이 어찌 이리 이간질을 하느냐?" 노부인은 소완을 바라보았고, 소완 역시 분노한 기색을 보이자 비로소 안심했다. "저와 할머니는 한 가족이고, 피는 물보다 진한 법입니다. 하물며 어른이신데 어찌 그런 불경한 말을 하십니까? 내가 정녕 눈이 멀었군요. 저택을 떠나고 싶다면 뜻대로 해드리죠! 여봐라, 종이와 먹을 준비하거라. 오늘 나 소완은 여러 명문가들 앞에서 이 불경하고 미친 자를 내칠 것이다! 이후로 나 소완은 용운천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용운천은 멍하니 말이 없었고 눈물만 흘렸다. 좌중에서는 탄식하는 소리와 비웃는 소리가 섞였지만 이미 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나봉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소완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소주 주목께서 축하 사절을 보내셨습니다!" 문지기의 외침에 장내는 다시 한번 술렁거렸다. 노부인과 소완의 얼굴에서 노기가 싹 가시고,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소가 주인도 번쩍 정신이 들었다. "하하하하, 우리 소가가 머지않아 명문 세가가 될 줄 알았다!" "거기 용가 놈아! 내 딸이 이미 너를 내쳤거늘 여기서 뭘 하느냐? 나가거라 이 서자 놈아, 네 탐욕스러운 마음을 거두거라! 내 딸이 네가 넘볼 사람이더냐? 주목의 적자 정도는 돼야 걸맞지!" 소완이 미간을 찌푸렸으나 내심 기뻤다. 주목의 적자라니, 얼마나 풍채 좋은 군자이며 영준한 소년일까. 다시 저 행색이 남루하고 소가에 데릴사위로 기생하던 용운천을 보니 혐오감이 더 커졌다. 다행히 소완 자신은 드디어 저 쓸모없는 자를 떨쳐낼 수 있게 되었다. 용운천은 침통해졌다. 바로 그때, 주목의 사절이 이쪽을 보더니 크게 놀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머리를 조아리며 절했다. "과거 용조방 비화영의 조원이 용왕을 뵙습니다!"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민한 소완은 먼저 알아채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 부군..." 하지만 이번에는 별빛 아래에서 그녀를 부축해 주던 그 준수한 소년이 없었다. 용운천은 그녀쪽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저 조원을 부축해 일으켜 위아래로 살펴본 뒤 알아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나 컸구나... 주목부에서 대우가 어떠냐? 홀대하면 내 가만두지 않겠다." "모든 것이 좋습니다. 주목께서는 용왕께서 신분을 숨기고 이 소가에 은거해 계시다는 밀보를 듣고 친히 뵈러 오시려 했으나 일이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또 용위로부터 용왕께서 신분 노출을 원치 않으신다 들어 저만 보냈습니다. 설마 용왕의 신분으로 이런 하찮은 소가에서 이토록 모욕을 당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노부인의 얼굴이 잿빛이 되어 황급히 상석에서 내려왔다. 금관이 무겁고 화려한 옷이 너무 길어 넘어졌지만 쉬지 않고 허우적거리며 용운천에게 기어갔다. 용운천은 냉소했다. 황상도 그와 술잔을 기울인 적이 있거늘, 오늘 소가에서 이토록 모욕을 당하다니. 그는 더 이상 그 추악한 노부인을 돌아보지 않았고, 겁에 질려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소가의 주인도, 바닥에 주저앉은 소완도 보지 않았다. 이 모든 권세는 내가 소가에 준 것이니, 내가 떠나며 모두 거두어 가겠다. 이후 소가가 어찌 몰락하든 그와는 더 이상 상관없었다! 더 이상 소가의 데릴사위는 없고, 오직 용조의 용왕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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