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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견이 집을 떠나기로 한 날, 할머니는 두통이 심하게 도졌다. 여러 해가 지나 왕대견은 이미 훤칠한 청년으로 자랐다. 이런 인재가 가난한 고향에 묶여 있을 리 없었다. 할머니는 침상에 비스듬히 기…

왕대견이 집을 떠나기로 한 날, 할머니는 두통이 심하게 도졌다. 여러 해가 지나 왕대견은 이미 훤칠한 청년으로 자랐다. 이런 인재가 가난한 고향에 묶여 있을 리 없었다. 할머니는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어지러워하면서도 왕대견의 손을 붙잡고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잠깐만, 내가 밀 찐빵을 쪄 줄게." 그것은 여러 해 만에 처음으로 왕대견이 곁에서 할머니가 밀 찐빵 만드는 것을 지켜본 날이었다. 빻은 밀가루는 바람이 세서 모래가 섞이기 쉽기 때문에 한 번 더 체에 내려야 했다. 맑은 우물물로 곱게 반죽하고, 항아리에서 묵은 반죽을 떼어 종자로 삼아 함께 치댔다. 통풍이 잘 되는 대나무 채를 반죽에 덮어 발효시키고, 방안에서 비계 한 덩이를 가져와 잘게 썰어 밖에서 말렸다. 할머니 입도 쉬지 않았다. "제때 밥 먹어라, 먹고 싶은 거 먹고." "옷도 제때 입고. 모자라면 집으로 편지해." "밖에서 사고 치지 말고, 눈치 보고 도망쳐"... 두서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이 반죽이 부풀고 비계도 반쯤 말랐다. 할머니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반죽을 치대면서 왕대견에게 밀 찐빵을 찜통에 얹으라고 시켰다. 굵은 땀방울이 도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 왕대견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할머니가 늙었다는 것을. 기억 속에서 산처럼 거대하던 그 몸이 이제는 겨우 자기 가슴팍에 닿았다. 얼굴도 점점 쭈글쭈글해져 옛날 모습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아궁이에 땔감을 쌓고 그 위에 비계 조각을 올렸다. 물 붓고, 불 붙이고, 불 지피니 비계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났다. 밀 향과 고기 향이 뒤섞이고 수증기가 할머니의 눈동자를 아련하게 가렸다. "아가야, 할머니를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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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견이 집을 떠나기로 한 날, 할머니는 두통이 심하게 도졌다. 여러 해가 지나 왕대견은 이미 훤칠한 청년으로 자랐다. 이런 인재가 가난한 고향에 묶여 있을 리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