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서신에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다> 진안채에서 거란과 맞서 싸웠으나 크게 패하고, 끝내 조 장군이 항복하고 말았다. 거란족은 우리 한족 군대와 은빛 안장을 단 거란기병까지 모두 사로잡아 가뒀…
<낡은 서신에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다>
진안채에서 거란과 맞서 싸웠으나 크게 패하고, 끝내 조 장군이 항복하고 말았다. 거란족은 우리 한족 군대와 은빛 안장을 단 거란기병까지 모두 사로잡아 가뒀으며, 이곳에는 다양한 종족의 유랑민들, 심지어 거란 쪽의 도망병과 패장들조차 함께 수감되어 있다. 어떻게 처분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월 부인께서 수놓아 주신 평안 패물을 품에 지니고 있으니, 틀림없이 모든 험한 일이 복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여기에 함께 갇힌 이는 모두 다섯으로, 생사를 함께하는 길이니 이 또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각자의 이름을 여기에 남긴다.
조석, 난성 포방에 살며 어머니와 동생이 있다. 집안에 본래 생업이 있었으나, 국토를 지키고자 입대하였다.
주부귀, 위주 출신으로 이미 친족이 모두 떠났고, 집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입대하였다.
월특랄, 거란족이며 집은 황수 강가에 있고, 남동생과 여동생이 하나씩 있다. 조 장군에게 사로잡혀 은빛 안장을 단 거란기병 부대에 편입되었다. 자신은 더는 바라는 바 없이, 그저 살아남을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사랑, 해족이며 집은 낭하 강가에 있고 아내가 있다. 월특랄이 전하길 그들의 부족은 거란족에게 정벌당해 전쟁에 패하여 노예가 된 뒤 강제 징집을 당했다고 한다. 사랑은 거란족의 명령대로 남의 땅을 침범하고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 싫어 도망병이 되었으며, 오직 고향 집에 돌아가 아내와 함께 늙어가기를 바란다.
조석 형은 만약 탈출할 수 있다면, 모두 함께 난성에 가서 포방을 경영하자고 하였다. 사랑은 자기 아내의 바느질 솜씨가 매우 좋으니 도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 바느질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도 월 부인만 하겠는가?
지금 이 순간 월 부인은 무엇을 하고 계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