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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색, '공' 자를 따왔다. 저녁노을 같기도 가을 단풍 같기도 하다... 중추절에는 역시 게를 먹어야지! 아, 량주에는 게가 없으니 아쉽군... 장안에서 온 상인들이 그러는데, 중원 가을 게는 살…

주홍색, '공' 자를 따왔다. 저녁노을 같기도 가을 단풍 같기도 하다... 중추절에는 역시 게를 먹어야지! 아, 량주에는 게가 없으니 아쉽군... 장안에서 온 상인들이 그러는데, 중원 가을 게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껍질을 열면 노란 내장이 흘러나온다지. 식초에 찍어 먹으면 정말 별미라던데. 흠, 내년 봄에 상인들이 다시 오면 꼭 식초 한 단지를 부탁해서, 이 벽에 가득한 '집게발' 그림과 함께 밥을 먹어야겠다! 음... 아미타불, 부처님 노여워 마시길. -게무홍. 노란색, '념' 자를 따왔다. 살구, 해바라기, 치자꽃 향기... 장안의 치자는 눈처럼 하얗고, 향기가 달콤하면서도 은은하다던데, 아마 량주의 바람과 눈을 견디지 못할 거야. 치자꽃 향기는 장경동 안에서는 맡을 수 없고, 와불사 아래에서도 볼 수 없지만, 경전에는 또 다른 치자꽃 향기가 적혀 있지. '잠복화', 서방 정토에서 피어난 황금빛 성스러운 꽃, 맑고 사랑스러운 향기로 부처님이 가장 좋아하신다네. 착한 일을 하고 공덕을 쌓으면, 부처님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으시며,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지. 무림인은 그 향기를 맡고 해탈에 이른다는군. 그렇다면, 실수로 찍은 이 노란 빛도 부처님의 꽃비라 여기면, 부처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겠지? -치자황. 고급, '석' 자를 따왔다. 옥문관 밖에는 푸른빛이 없고, 량주는 눈이 많아 짙은 녹음을 찾기 어렵다. 이 푸름은... 집 앞의 버드나무, 연못의 연잎, 그리고 집 뒤의 푸른 산을 닮았다. 어릴 적엔 산이 너무 커서, 울창한 숲에 들어가면 길을 잃고 다시는 집에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커서야 알았다. 산은 아무리 커도 언제나 집 뒤에 있다는 걸. 사람이 산에 가지 않아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럴 땐 눈을 감고, 산이 떠오르면 집이 멀지 않은 거다. -벽산록. 청, '청' 자를 따왔다. 이 색을 나는 들은 적이 있다. 절에서 묵던 그 밤, 바람 소리가 애잔하게 울려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어렴풋이, 약한 피리 소리가 객실 밖 대숲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가면, 꽃과 새, 정령들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내가 한 획 그릴 수 있을까? 가지 않는다면, 좋은 시절과 아름다운 사람, 지음과의 만남을 저버리는 셈이지... 갑자기 피리 소리가 끊기고, 이야기 책이 책상 아래로 떨어졌으며, 창밖에는 달이 밝게 떠 있었다. -죽월청. 흰색... 이 흰색은 량주의 눈과도, 달빛 아래의 모래와도 다르다. 백악을 만지면 곱고 부드럽지... 혹시 절에서 기도하는 여인들이 말하던, 여지 같은 걸까? 그 과일은 영남에서 자라는데, 껍질을 벗기면 안에는 눈처럼 투명하고 하얀 고기가 들어 있다. 부드럽고 맑은 빛... 이 흰색은 관음보살의 손끝을 그리는 데 딱 어울리겠네. 에헴, 불경한 마음은 없고, 그저 부러울 뿐이야... 하지만 내 손끝이 그렇게 예뻐진다면, 붓을 들 수 없겠지. -여육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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