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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넘긴 사람의 기억력은 날로 쇠해 가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난 장의조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석두야, 가서 그 '밥때 맞추기' 좋아하는 녹백이 어디쯤 오…

일흔을 넘긴 사람의 기억력은 날로 쇠해 가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난 장의조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석두야, 가서 그 '밥때 맞추기' 좋아하는 녹백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보고 오너라!" 바깥에는 어릴 적부터 그를 모셔 온 노복 석수뿐이었다. 주인과 함께 늙어 어느덧 환갑을 넘긴 석수는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석두'는 그의 어릴 적 별명이었고,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은 지도 벌써 삼십 년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석수가 다가와 노쇠한 장의조의 환복을 도우며 탄식했다. "장군, 잠에 취하셨나 봅니다. 대체 몇십 년 전 꿈을 꾸신 겁니까? ...지금은 함통 십 년이고, 우리는 장안에 있습니다. 녹백 장군께서는 하서에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녹백은 하서에 있지. 장의조는 그제야 떠올렸다. 얼마 전 녹백이 사람을 보내 서신을 전해왔었다. 량주, 감주, 사주, 숙주가 올해 모두 풍년을 맞았고, 귀의군이 다시 오호를 물리쳐 승전을 거두었으니 부디 마음 놓으시라는 소식이었다. 장의조가 낮게 중얼거렸다. "장안에 오기 전, 녹백에게 백성들이 배곯지 않게 하고, 변방의 태평성대를 지키라 당부하였는데... 과연 해냈구나..." 옷을 다 갈아입힌 석수는 신발까지 신겨 주며 잔소리를 이어갔다. "사람들은 숙질간의 정이 부자보다 깊어 구변의 공적을 다 넘겨주었다 말하지만... 제 눈에 장군은 소장군을 조금도 아끼지 않으시는 듯합니다. 진정 아끼셨다면, 어찌 그 춥고 외로운 자리에 보낼 수 있었겠습니까?" 장의조는 한참을 멍하니 굳어 있다가, 끝내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석수도 한숨을 내쉬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신향을 피운 뒤 장의조를 부축해 처마 아래에 앉혔다. 젊은 날에는 천랑성을 쏘고 은하수를 끌어내리던 장군이었건만, 이제 남은 건 쇳소리가 날 것만 같은 앙상한 뼈뿐이었다. 꿈속에서는 철마를 타고 빙하 위를 내달리지만, 꿈에서 깨면 그저 뜰 앞에 앉아 기나긴 낮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장의조가 장안에 머문 지도 삼 년. 튼튼했던 다리는 마르고, 이는 흔들려 떨어졌으며, 하얗게 센 머리는 성기어 제대로 묶기도 어려웠다. 황금으로 엮은 그물이 용처럼 싸우던 몸을 가두자, 백전의 공훈은 모두 먼지 속에 묻히고 말았다.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장의조는 거의 모든 것을 잊었다. 과거의 격전도, 대당으로 돌아온 일도, 신무군에서 인장을 받던 순간도... 기억에 남은 것이라곤 그저 부질없고 자질구레한 것들뿐이었다. 이를테면, 그도 석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 그저 녹백이 큰일을 마주할 때마다 제 몸을 아끼고, 탈 없이 공경의 자리에 오르기를 바랐다는 것... 다만 그 '큰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이제 잘 떠오르지 않았다. 또 예를 들면 녹백이 열 살 되던 해, 사주 정벌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와 오참 법사와 설령의 사찰에 공양을 올리러 가기로 했을 때, '밥때 맞추기'를 좋아하던 녹백이 기어이 함께 가겠다고 졸랐던 일이다. 그때 장의조는 젊었고, 오랜 세월 무예를 연마한 덕에 가파른 설산도 평지처럼 걸었다. 그러니 열 살 난 조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 뒤처지고 말았다. 산꼭대기에 다다른 그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래를 돌아보았다. 녹백은 숨을 헐떡이며 그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오르고 있었다. "도와주랴?" "괜찮아요! 숙부께서 오르셨으니, 저도 할 수 있어요!" 장의조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하늘에 닿을 듯한 마른나무에 기대었다. 이 고집 센 아이를 기다려주기로 한 것이다. 맑은 겨울날의 볕은 따스했고, 멀지 않은 고찰에서 밥 짓는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마 오늘 오참이 준비한 공양은 부드러운 부처콩과 푸른 아욱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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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넘긴 사람의 기억력은 날로 쇠해 가기 마련이다.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난 장의조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석두야, 가서 그 '밥때…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