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행은 한때 잘 나가는 주방장이었다. 당시 단골손님이 꽤 많은 부꾸미 가게도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결혼은 못 했지만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본인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손님들은 …
채경행은 한때 잘 나가는 주방장이었다.
당시 단골손님이 꽤 많은 부꾸미 가게도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결혼은 못 했지만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본인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손님들은 그런 자신에게 복이 타고났다고 했다.
채경행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마을에 있는 어르신한테서 부꾸미를 배웠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자, 어르신께서 지금 실력이라면 개봉에 있는 큰 주루에서 주방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에 채경행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 어디에도 안 갈 겁니다. 여기서 부모님, 그리고 절 키워준 마을 주민들에게 날마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드리는 게 제일 행복하거든요."
그런 행복을 채경행은 이십 년 넘게 누려왔다. 너무 행복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앞으로 이십 년, 삼십 년을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거란족 전마가 그의 소중한 부꾸미 가게도, 그가 자란 마을도 단숨에 짓밟아 버렸다. 사십 년 넘게 살아온 그의 집도 불길에 휩싸였다.
불길이 채경행을 집어삼키려는 순간,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불길이 꺼지면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목숨만은 건졌지만 그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