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표가 평생 가장 아쉬워한 건 바로 산채 이름에 자기 몫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집을 떠난 뒤 세 형제는 이름을 날리며 활약했고, 의를 외치며 일어난 일도 녹림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강호를 …
장표가 평생 가장 아쉬워한 건 바로 산채 이름에 자기 몫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집을 떠난 뒤 세 형제는 이름을 날리며 활약했고, 의를 외치며 일어난 일도 녹림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강호를 누비다 보니 산채에도 이름이 필요했지만, 셋 다 글자를 잘 아는 편이 아니라 이름 짓는 일이 급해졌다.
'쓸데 없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장가채로 하자!' 큰형 장룡이 혀를 차며 풀 줄기로 이를 쑤셨다.
'아니야, 그 이름은 너무 촌스럽잖아!' 장호가 불만스럽게 앉아 큰 칼을 닦았다.
'그럼... 삼웅채는 어때?' 장표가 셋 중 제일 영리하다고 자부하며 한마디 보탰다.
'웅? '웅'이란 소리는 품위가 없어. 체면 깎이지!' 장호가 장표의 뒤통수를 한 대 쳤다. '우린 형제 아니냐, 용,호,표! 어떻게 곰이 있어!'
형들의 성격을 아는 장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용호표채는 어때? 한 사람당 한 글자씩, 공평하지.'
'괜찮긴 한데, 입에 안 붙네.' 장호가 찡그리며 장룡을 보았다. '용호표채라 부르기 번거롭다. 차라리... 그냥 용호채로 하자!'
장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호채로 하자. 숨은 용, 누운 호랑이. 힘도 있고 기억하기도 쉽지.'
장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럼 나는? 표범은 어쩌고?'
'야, 막내야, 봐라. 고별주엔 눈물이 없고, 주먹밥엔 주먹이 없지만, 용호채엔 표범이 있잖아!' 장호가 시장통의 거친 말투를 흉내 내며 억지로 설명을 이어갔다.
'뭐라는 거야, 무슨 소리야!' 장표는 분해서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너희 둘 나쁜 놈들이야!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늘 나만 괴롭혔어! 어머니가 챙겨주지 않았으면 난 벌써 굶어 죽었을걸!'
셋은 잠시 말이 없었다. 형제의 아버지는 도축업을 하다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어머니는 혼자 아들 셋을 키우느라 고생이 심했다.
장표도 '모든 일에 항상 공평할 수는 없다'는 이치는 알고 있었다. 부모의 사랑이 막내에게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는 늘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손해를 만회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화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분명히 세 형제가 함께 꾸려낸 산채인데, 자기 이름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니!
장룡은 귀찮다는 듯 부하들에게 큰 현판을 만들게 하고 용호채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장호는 옆에서 맞장구쳤고, 얼굴이 붉어진 장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망할 놈들, 더 이상 네놈들과 일 안 해!' 장표는 술독을 차버리고 칼을 챙겨 떠났다. 장호는 한숨만 쉬었다.
그날 밤, 산채는 적막했다. 창밖 달빛을 보던 장호가 걱정스레 말했다.
'형, 우리가 이러는 거 진짜 심했나?' 역시 형제인지라 장호는 막내를 걱정했다.
장룡은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쉬다가 말했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 산적질도 오래 갈 수는 없다. 언젠가 산채에 큰일이 나면 우리 둘은 도망치지 못하더라도 그 녀석만이라도 살려야 해.'
'장표는 머리가 좋아서 어디 가도 손해 보지 않아. 길도 알 테니,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오겠지.' 장룡은 잠깐 생각한 뒤 덧붙였다. '내일 똑똑한 놈 둘을 보내서 살펴보고, 술이랑 고기도 좀 전해 줘라.
그리고 산채 이름이 뭐가 됐든, 걔는 영원히 우리 셋째 막내라고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