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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약속하자! 함께 살아남아서, 천하 사람들이 굶주림 모르는 세상을 만들자!' 심의륜이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겨우 열두세 살이었다. 그때 그는 '굶주림 없는 세상'이란 말의 뜻을 제대…

'그럼 우리 약속하자! 함께 살아남아서, 천하 사람들이 굶주림 모르는 세상을 만들자!' 심의륜이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겨우 열두세 살이었다. 그때 그는 '굶주림 없는 세상'이란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 말을 웃으며 하던 정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린 심의륜은 본능적으로 그 말에 담긴 미래의 모습에 마음이 끌렸고, 늘 정악을 따라다니던 습관 덕분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썼다. 곧 그는 다시 그 말을 들었다. 그해 후한 군대가 무너지고 곽위가 개봉성에 입성했다. 혼란은 곧 기근으로 번졌고, 전란 속에서 심가와 같은 평범한 집안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렸다. 아정과 아완은 아껴 두었던 곡식을 내어 그의 목숨을 구했다. 친구들을 바라보던 심의륜은 더욱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굶주림 없는 세상'이 손에 쥔 주먹밥처럼 달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갑작스레 나타난 형이 소년들의 순진함과 선함을 잔인하게 짓밟아 버렸다. '난세는 약육강식이다. 그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심의인과 후한군의 동료들은 패전 뒤 곽위 장군의 수색을 피해 산속으로 도망쳤다. 굶주리지 않았다면 절대 내려오지 않았을 그들이 곡식을 보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들은 아정과 아완을 붙잡고 정가로 들이닥쳤다. 그날 밤 정가의 집은 불길에 휩싸였고, 비명과 피로 물든 그 밤에 어린 심의륜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굶주림 없는 세상'이라는 그 여덟 글자짜리 약속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어려운 뜻임을. 그러나 그날 밤 그는 돌아설 권리마저 잃었다. 아완은 죽었고, 형도 죽었으며,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심의륜은 4년 뒤 고향을 떠났다. 그해 하루살이 꽃의 독이 역병처럼 개봉 동부를 휩쓸었다. 그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결국 아정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말았다. 함께 살아 남자던 소년들의 약속은 결국 허사가 되었고, 심의륜의 마음에는 깊은 슬픔이 남아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는 충동이 끊임없이 일었다. 비록 예전에는 늘 아정과 아완의 뒤를 따랐고, 혼자 걷는 길이 두려웠지만, 그 약속이 웃음거리가 되는 건 원치 않았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그래서 젊은 심의륜은 조용히 행낭을 꾸렸다. 고향을 떠나 먼 길에 오르기 전, 그는 다시 친구들의 무덤 앞에 섰다. '우리는 천하 사람들이 굶주림 모르는 세상을 만들자고 약속했지.' 그는 옛 친구들에게 다짐하고 굳은 결심으로 등을 돌렸다. 그때 그는 앞에 닥칠 고난을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그 약속을 위해 평생을 바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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