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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오직 고관대작만이 금은으로 길러낼 수 있는, 그야말로 절세의 모란이었다. '이런 사람이 어째서 취화음에 나타난 걸까?' 많은 화간객들과 막…

주장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오직 고관대작만이 금은으로 길러낼 수 있는, 그야말로 절세의 모란이었다. '이런 사람이 어째서 취화음에 나타난 걸까?' 많은 화간객들과 막 입문한 제자들까지도 그런 의문을 품곤 했다. 주장미는 태어날 때부터 지닌 모든 것만으로도, 평범한 이들이 평생 닿지 못할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 질문에 단 한 번도 답한 적이 없었다. 그 질문이, 가슴 깊이 새겨진 그날의 연회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껏 수많은 잔치를 겪었지만, 주장미가 가장 선명히 기억하는 건 여덟 살 때의 그 한 번이었다. 그해는 영롱 5년이었다. 어린 주장미는 어머니와 함께 고향 복주로 내려가 친척들을 찾았다. 친지들은 두 사람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준비했다. 주장미는 연회를 좋아했다. 용과 봉황이 새겨진 금빛 대청, 예기치 못한 화려한 노래와 춤이 그녀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그날의 연회는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병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저택을 피로 물들였고, 조금 전까지도 으스대던 귀족과 부호들은 순식간에 접시에 담긴 고깃덩이처럼 나뒹굴었다. 취화음 제자의 우연한 도움 덕분에 주장미 모녀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온실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은 살아남은 걸 다행이라 여겼지만, 진짜 악몽은 그때부터였다. 눈앞의 복주는 병란으로 폐허가 되었고, 한 왕조는 하룻밤 새에 무너져 재처럼 흩어졌다. 평범한 이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신분과 얼굴밖에 가진 게 없는 한 여자아이가 복주를 빠져나와 광릉으로 돌아오기까지 겪은 일들을. 길은 분명 같았지만, 그 길은 끝없이 멀고 고통스러웠다. 그 길에서 겪은 모든 일은 평생 잊히지 않았다. 늙은 아버지가 잃었던 딸을 다시 품었을 때, 아이는 이미 우는 법조차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날의 연회와 고된 귀향길에서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출신, 재산, 사랑 따위는 전부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배웠다. 세상이 믿는 출신, 재산, 사랑 따위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주장미는 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날 연회에서 홀로 무사히 빠져나간 취화음 제자를 떠올리며, 직접 취화음의 문을 두드렸다. 9년 뒤, 뛰어난 재능의 주장미는 전임 장문이 가장 아끼는 제자가 되었고, 또 9년 뒤에는 번루의 이름이 천하에 퍼졌다. 그 십수 년 동안 손님도 주인도, 장소도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비단 장막 뒤에 숨어 있는 위험과 음모였다. 이번 풍운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면인 명단 사건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였고, 작은 실수 하나가 여러 세력의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장미는 더 이상 그때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세상을 뒤집을 힘을 가진 취화음의 문주, 연회의 모든 걸 설계하고 지휘하는 무대 뒤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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