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에 큰 추위가 닥쳐 눈이 여섯 자나 쌓였다. 맹인 악사 남매인 점설과 청매가 파교의 고매나무 아래에서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이원 제자 남하가 지나가던 중 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장안에 큰 추위가 닥쳐 눈이 여섯 자나 쌓였다.
맹인 악사 남매인 점설과 청매가 파교의 고매나무 아래에서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이원 제자 남하가 지나가던 중 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퉁소를 꺼내어 화답하였다. 비록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으나, 궁상의 선율이 서로 화답하며 마치 마음의 곡조가 맞물린 듯했다.
세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 술을 마시며 음악을 논하다가 어느덧 밤이 깊은 줄도 몰랐다. 얼굴이 붉어진 남하가 말하였다. "퉁소를 익힌 지 삼 년, 기예가 극경에 이르렀으나 늘 한 가지 음에 막혀 온종일 헤아려도 답을 얻지 못했소. 퉁소는 바람을 따라 곡조를 이루는데, 이 바람이란 천지 사이에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니 어찌 다스릴 수 있겠소?"
피리 연주자 청매는 그 말을 듣고 허리춤의 보자기를 풀어 건네며 말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 바람의 기운에 민감하여 그 흐름을 '볼' 수 있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이런 방법으로나마 드러내 보이려 하오. 갈대의 속막을 태워 재로 만든 뒤 퉁소의 빈 속에 넣으면 바람의 흐름을 분명히 살필 수 있을 것이오."
남하가 시험해 보니 재가 소리를 따라 춤추었다. 처음 궁조를 연주하니 갈대재가 실처럼 흘렀고, 이어 상음을 내니 재가 먼지처럼 흩어졌으며, 각징으로 바뀌니 재가 샘물처럼 솟아올라 수많은 소리가 뒤섞였다.
곡이 끝나고 재가 가라앉자 남하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퉁소를 익힌 지 천 일, 오늘에야 도를 깨닫는군. 사람의 울림이란 천지의 율과 합할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었소."
세 사람은 밤을 새워 음악을 논하며 함께 <혹한의 벗>을 지었다. 소나무와 대나무 두 악장은 자연스레 완성되었으나, 매화 악장만은 끝내 그 정수를 얻지 못하였다. 그들은 다음 날 다시 모여 매화곡을 완성하기로 약속하였다.
동이 틀 무렵, 눈이 그치고 각자 길을 떠났으나,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나무 아래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