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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포, 너 무엇을 쓰고 있느냐?" "아, 이야기... 협객의 이야기입니다." "협객이라... 어디 보자. 협객이 정녕 이렇게 말하더냐? 너 협객을 본 적이라도 있느냐?" "아니요..." "본 적도…

"향포, 너 무엇을 쓰고 있느냐?" "아, 이야기... 협객의 이야기입니다." "협객이라... 어디 보자. 협객이 정녕 이렇게 말하더냐? 너 협객을 본 적이라도 있느냐?" "아니요..."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야기로 쓴다는 게냐?" 이야기. 도대체 이야기란 무엇인가? 어릴 적 장터에서 판자를 깔고 앉아 이야기꾼의 발치에서 홀린 듯 들었던 '왕후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는가.' 하는 말이 이야기인가? 서당 창가에 엎드려 동생을 데리러 온다는 핑계로 몰래 엿들었던 '십 리 길에 사람 하나를 베고, 천 리를 가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라는 그 구절이 이야기인가? 책 가게에서 격조 낮은 글이라 배척받으면서도 그녀가 몰래 베개 밑에 숨겨두었던 <구염객전>, <이기참사>... 이런 무협지들이 이야기인가? 만약 이것들이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 속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있을까? 그것들은 어떻게 쓰였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향포는 알지 못했다. 향포는 그저 써야만 했다. 계속 써 내려가야만 했다. 깊은 궁궐 안에서 날마다 끝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쓸고, 하늘이 조금씩 검게 물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늙은 궁녀가 일러주길, 옛 전란 때는 어제까지 웃던 이가 오늘은 거적때기에 말려 실려 나갔다 하니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간신히 써낸 이야기 책을 관리 상궁에게 갈기갈기 찢겨 얼굴에 내던져질 때면, 그 아픔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런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아픔을 견디는 것 외에 그녀가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몇 푼의 돈에 그녀를 팔아넘긴 그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운명을 받아들여 이 깊은 궁궐에서 죽을 때까지 버틸 것인가? 천지가 이토록 넓은데, 왜 그녀는 발 디딜 곳 하나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녀는 그저 써야만 했다.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호를, 꿈속에서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통쾌한 은원을, 절대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을 검은 옷의 대협을 썼다... 영영을 써 내려가기 전까지. 영영 또한 궁녀였다. 하지만 영영은 결국 궁장을 넘어 대협이 되었다. 영영이 할 수 있다면, 나는 왜 할 수 없는가? 설령 오늘 좋은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 해도, 계속 쓰기만 하면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이야기 속에서 몇 번이고 궁을 탈출하려 시도하는 영영처럼, 언젠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정위가 작은 나뭇가지를 물고 창해를 메우려 했다. 일 년에 이루지 못하면 십 년을 기약하고, 이번 생에 이루지 못한다 한들 어떠하리." 그녀는 반드시 '영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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