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백 사당 대전 안에서, 장언림은 지칠 줄도 모르고 패위를 새기고 있었다. 방 안에는 신령들이 가득했고, 그들만큼이나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 고요를 깨뜨리는 건 오직 나무에 쐐기를 박는 소리뿐…
하백 사당 대전 안에서, 장언림은 지칠 줄도 모르고 패위를 새기고 있었다.
방 안에는 신령들이 가득했고, 그들만큼이나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 고요를 깨뜨리는 건 오직 나무에 쐐기를 박는 소리뿐이었다.
서두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툭, 툭, 툭."
"하백 대우", "하백 이빙", "하백 왕경", "하백... 장..."
이 이름을 새길 때면, 장언림의 손끝이 늘 잠시 멈췄다.
어떤 이름은 새기고, 또 어떤 이름은 지웠다.
새기는 건 기억하기 위해서였고,
지우는 건 잊기 위해서였다.
집을 떠나 강호로 나가겠다던 소년을,
모래바람 이는 북방과 복숭아꽃 만발한 강남을,
모든 걸 피하고 싶었던 그 시절의 자신을 잊기 위해서였다.
옛 벗과의 약속은 아직도 귓가에 또렷한데,
남은 건 상처 입은 몸과 희끗해진 머리카락뿐.
이런 몸으로, 이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절망의 끝에서 누구나 주우 같은 이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진흙 부처가 세상에 둘 있을 리는 없었다.
"둑... 둑... 둑..."
쐐기를 박는 소리가 이어져 갔다.
천고신룡전의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