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어느 날, 서상천이 일을 마치고 막 돌아왔는데 집 안이 시끄럽게 떠들썩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웃 몇 명이 마당에서 따지고 있었다. 서씨 집 막내아들이 말썽을 부려 왕씨 집 마당의 …
여러 해 전 어느 날, 서상천이 일을 마치고 막 돌아왔는데 집 안이 시끄럽게 떠들썩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웃 몇 명이 마당에서 따지고 있었다.
서씨 집 막내아들이 말썽을 부려 왕씨 집 마당의 찻잔을 깨뜨리고, 경씨 집에서 막 태어난 병아리를 물에 빠뜨려 죽였으며, 또 장씨 집 담벼락에 올라가 감을 따려다 비틀거리며 여럿을 떨어뜨렸다. 서씨 낭자는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서상천의 이마가 슬슬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서상천이 돌아온 것을 보자 이웃들이 또 재잘거리며 몰려들었다.
"이봐 서넷째, 자네 집 아이 좀 단속 안 하나!"
"어린 나이에 벌써 살생을 하다니, 나중에는 살인방화라도 하겠구만!"
"우리 집 감은 먼 곳에서 들여온 건데, 나도 아껴서 못 먹는단 말이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소리에 서상천의 이마는 더욱 아파왔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꼭 아이를 단속하겠습니다. 여러분께 폐를 끼쳤으니, 피해가 얼마든 제가 물겠습니다, 물겠습니다..."
이웃들을 보낸 뒤 서상천은 지쳐서 고개를 떨궜다.
"이 녀석! 당장 안 와... 아니, 너 오늘 서당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훈장이 회초리를 들고 화가 잔뜩 나서 서 있었다.
"훈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꼭 잘 타이르겠습니다. 내일, 내일은 꼭 제가 직접 데려다주겠습니다. 다시는 수업을 빠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흥,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다더니!" 훈장이 소매를 휘날리며 냉랭하게 떠나갔다.
서상천은 거의 모든 기력을 잃었다. 그저 푹 자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마당에 무릎 꿇고 책을 베끼라고 명했다. 다 베끼기 전에는 자면 안 된다고.
침상에 누웠지만 서상천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낭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어왔다.
"아버님께서 편지를 보내셨는데, 집안의 빚 기한이 다 됐다며 빨리 돈을 좀 보내라고 재촉하셨어요. 우리 집 형편이 솥뚜껑 못 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
서상천은 눈앞이 핑 돌았다. 결국 그는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내일 가서 물어볼게. 서원에 대필할 일이 있는지, 좀 더 베껴 쓰지 뭐..."
귓가에서 낭자가 여전히 푸념하고 있었지만, 서상천은 구름 속으로 떨어지는 듯 깊이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