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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가 서신과 함께 신발을 전해주자, 그는 벌떡 일어서다가 탁자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쳤다. 딸이 만들어준 신발을 몇 년 만에 다시 신었다. 바느질은 섬세했지만 좀 헐렁했다. 저녁, 그는 연회장 구…

교교가 서신과 함께 신발을 전해주자, 그는 벌떡 일어서다가 탁자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쳤다. 딸이 만들어준 신발을 몇 년 만에 다시 신었다. 바느질은 섬세했지만 좀 헐렁했다. 저녁, 그는 연회장 구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반이라는 소녀가 조용히 다가오자, 신발의 뒷굽이 떨어졌다. 그는 연회장에서 벌어진 혼전 속에서 방백에게 달려 들었다. 이들 '장인과 사위'는 얼마 전에야 만났다. 절체절명의 순간 속에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눈빛을 교환했다. 주고받은 눈빛 속에서 두 사람은 도박을 벌이기로 했다 방백의 장현장법이 날아들자, 그가 슬쩍 물러섰다. 장풍에 맞긴 했지만 관통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은 구석에서 던져진, 별 볼일 없는 '시체'가 됐다. 자신에게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고, 관심도 두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방백은 내기에서 이겼지만 신발이 사라져 버렸다. 시체 신세가 되어 끌려 나오는 동안에도 은근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니, 시체 더미에서 기어 나왔을 때는 계속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신발이 없으니, 멀쩡했던 길도 자신에게 맞서고, 굴러떨어진 바위가 길을 막았다. 아무리 두드리고 때려도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분노에 휩싸인 채 신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신발만 신었어도 밀고 나아갈 수 있었을 텐데... 젊은 시절에는 길을 막은 바위 정도는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쉽게 부술 수 있었을 텐데, 왜 밀어내디조 못한단 말인가? 다친 건가? 힘이 없는 건가? 손조차 작아진 건가?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이 늙으면 신발을 만드는 천처럼 줄어드는 거다. 교교는 자신에게 수없이 신발을 만들어 줬었다. 이번에 크게 만든 게 아니었다. 자신이 작아진 거다... 젊은 시절, 아내는 자신의 장대한 기골에 보자마자 반했다고 했다. 아내가 죽은 뒤, 그는 딸을 등에 업은 채 먼 곳을 돌아다녔다. 딸도 자신이 산 같다고 자주 말하곤 했었다. 그랬던 산이 이제는 어찌 둔덕이 되었단 말인가? 그는 바위를 연신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인생의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애써 무시했으나 아주 오래전 기억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은 어린 딸을 안은 채 치료를 받으러 갔지만, 유명한 의원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어찌나 오래 기다렸는지 순간적으로 무릎이 꺾여 주저앉을 뻔했다. 그때 무릎을 꿇었던가? 무엇이 자신을 망설이게 만들었던가? 무릎이 아프다. 교교가 자신을 부르는 것인가? 그때 교교가 뭐라고 했더라? 남수지는 바위를 내리치며 생각했다. 소반은 교교가 그때 했던 말을 전해줬었다. 교교가 말하길... '제 아버지는 경도장, 세계 최고의 영웅이에요.' '아버지는... 흑흑... 절대 무릎 꿇지 않을 거라고요!' 남수지가 몸을 일으켜 다시 한번 손바닥을 휘둘렀다. 교교가 나더러 영웅이라고 했다. 바위가 갈라졌다. 강호에 반장경도가 또다시 나타났다.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시체 더미 속에서... 곧 물에 잠기려는 도림채에서... 풍랑이 일어났지만 그가 바로 경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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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가 서신과 함께 신발을 전해주자, 그는 벌떡 일어서다가 탁자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쳤다. 딸이 만들어준 신발을 몇 년 만에 다시 신었다. 바느질은 섬세했지만 좀…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