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부윤이 궁중에 남아 식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상식국의 오 수라상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 상궁이 보기에 황제 폐하의 속내를 알기란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녀의 가문은 당나라…
오늘 개봉부윤이 궁중에 남아 식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상식국의 오 수라상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 상궁이 보기에 황제 폐하의 속내를 알기란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녀의 가문은 당나라 때부터 대대로 궁에서 황실의 식사를 도맡아왔고, 양 한 마리에서 겨우 넉 냥만 취해 만든다는 진미부터, 더위를 물리치는 '소령자', 바라문 경고면, 한궁기, 이십사절기 만두까지 용상에 앉은 이가 누구든 간에 밥을 먹는 인간이라면 무조건 그녀 집안의 이 손재주를 필요로 했다. 천자의 혀를 만족시켜야만 이 험난한 풍파 속에서 수십 년간 비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황제의 입맛은 바닷속의 바늘 찾기보다 어려웠다. 달콤한 꿀을 뿌린 사비함향이든 씹는 맛이 일품인 완자 튀김이든, 입에 넣으면 녹아내리는 백룡학이든, 무엇 하나에 특별히 미련을 두시는 법이 없었다. 황제 앞으로 올라간 요리들은 늘 그릇째 깨끗이 비워져 돌아왔고, 심지어 생동감 있게 빚어낸 칠십여 개의 장식용 밀가루 인형조차 하나도 남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총관에게 물어보았으나 '드셨다'는 퉁명스러운 대답뿐이었다. 드셨다고? 맛도 없는 장식용 밀가루 인형을 대체 누가 먹는단 말인가? 오 상궁은 황제의 식성을 도통 종잡을 수 없어 속만 끓이고 있었다.
그날도 개봉부윤은 황제와 함께 정오 무렵까지 정사를 논했고, 예전처럼 식사가 올라갔다. 이번에 올라온 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고 투박한 하얀 사기 그릇 두 개였다. 한 그릇에는 넓게 수타로 뽑은 얇은 국수 세 냥이 담겨 있었는데,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면발이 탄력 때문에 길게 늘어났고, 우유처럼 뽀얀 양고기 육수가 푹 익은 면을 타고 흘러내려 햇빛을 받자 마치 투명한 양지옥 띠처럼 빛났다. 적당한 두께로 얇게 썰어낸 양고기 수육 몇 점이 이불처럼 그 위를 덮고 있었고, 젓가락으로 고기를 살짝 걷어내자 그 곁에는 파릇파릇한 다진 파가 둥둥 떠다니며 군침을 돌게 했다. 고기를 걷어낸 순간, 양고기 육수와 파의 향이 뜨거운 김을 타고 코끝으로 파고들어 절로 시선이 그릇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중원 사람들에게 갓 뽑은 뜨끈한 면을 붇도록 내버려 두는 것만큼 큰 죄는 없었다.
다른 한 그릇에는 네 냥이 넘는 엄청난 양의 굵고 투박한 회면이 담겨 있었다. 두툼한 면발은 씹을 때마다 앞니와 송곳니가 푹 들어가는 만족감을 주었다. 게다가 이 그릇엔 양고기가 두 배로 들어 있었는데, 얇게 썬 게 아니라 큼지막하게 썬 고기였다. 갓 썰어낸 고기들은 육수 속에서 푹 익어 살짝 오그라들어 있었고, 앞선 그릇이 맑은 탕이었다면 이 그릇은 시뻘건 고추기름이 가득했다. 본디 기름진 고기는 느끼하기 마련이나, 펄펄 끓는 양고기 육수에 푹 고아지자 오히려 진한 향을 품은 뜨거운 맛으로 바뀌었다. 불향이 입혀진 기름과 소금의 조화는 한나절 뙤약볕 아래서 일하고 차 두 동이를 비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함정이었다. 원래 담백한 채소조차 이 육수에 담기면 끈질긴 기름빛이 감돌았다. 농가에서 흔히 쓰는 기름진 비계가 오 상궁의 눈에는 당연히 고급 식재료로 보일 리 없었다. 하지만 세상엔 격식을 차리지 않아야 비로소 제맛이 나는 것들도 있는 법이다.
황제가 손을 뻗어 그릇 하나를 집어들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후루룩거리며 정신없이 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옥쟁반을 들고 대기하던 궁녀가 기겁을 했지만, 부윤 대인이 손짓으로 궁녀를 물리고 쟁반 위에 있던 마늘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부윤이 마늘을 까서 탁자 위에 올려두자, 황제는 껍질도 안 깐 마늘 한쪽을 집어 들어 한입 덥석 베어 물더니 '쓰읍, 하' 소리를 내며 마늘 껍질을 뱉고는 다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중원 출신의 황제는 먹는 데 체면 따윈 없었다. 부윤은 한숨을 쉬며 황제를 흘겨보고는 묵묵히 마늘을 깠다.
하기야 양고기 탕의 국수가 아무리 훌륭한들, 느끼함을 달래줄 찬거리 몇 가지가 곁들여진다면 더 없이 만족스러울 터였다. 그리하여 마지막 궁녀가 내온 것은 개봉 근처에서 흔히 나는 향이 독특한 나물 형개 생채였는데,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채소였다. 평소라면 부윤이 좋아할 법한 반찬이었으나, 그는 형개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슬쩍 황제 쪽으로 접시를 밀어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든 황제가 활짝 웃었다.
"오! 형개 아닌가! 웬일로 이렇게 산더미처럼 줬구먼!"
"예."
"그대도 좀 먹어라. 반찬 투정하지 말고."
"제 그릇에 넣지 마십시오! 전 안 먹습니다!"
"다 큰 어른이 왜 이리 편식을 해..."
"그리 좋으시면 폐하나 많이 드시지요."
"한 입만 먹어 봐라. 한 입만 먹으면 우리 둘 다 형개 대접으로 비벼 먹은 놈들이 되는 것 아니냐."
그릇을 감싸 쥐고 있던 부윤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귀한 음식을 그렇게 많이 잡수시고, 장식용 밀가루 인형까지 모조리 먹어 치운 분이 형개 좀 안 먹었다고 그 축에 못 드십니까? 전 세계를 통틀어 그런 호사를 누린 사람은 몇 없을 텐데요."
"난 그게 먹으면 안 되는 건 줄 몰랐지! 그리고 그것도 다 좋은 밀가루로 만든 건데, 안 먹고 놔뒀다가 상하면 아깝잖냐."
"그걸 수십 개나 드시다니... 배도 안 부르십니까?"
"한 번에 다 먹은 게 아니니까 그렇지. 배가 부르진 않았는데, 목이 막혀 혼났다. 물을 어찌나 들이켰는지."
"다음부터는 다른 이들에게 하사하십시오."
"그러게 말이다... 에휴, 아직도 버릇이 안 돼서 그래. 난 자꾸 남은 밥은 다 내 차지 같단 말이지."
"밑지는 장사는 아니셨군요."
"왜?"
중원 출신인 부윤은 그 일을 생각하니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어, 급히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으며 흘러나오는 실소를 감추었다.
"말씀해 보세요." 상식국의 어린 궁녀도 참지 못하고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스승님, 부윤 어른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폐하께서 국수를 정말 좋아하신대요?"
"하시던 말씀이..." 오 상궁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며 코를 찡긋했다. "폐하께서...... 참 '손이 덜 가는 분'이시란다."
"손이 덜 간다고요?"
어린 궁녀와 상궁은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진귀한 요리와 기이한 음식, 용의 간과 봉황의 골수 같은 산해진미만 찾는 천자는 보았어도... 손이 덜 가는... 천자라니?
참으로, 영문 모를 황당한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