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룡 서원으로 끌려온 그해, 그는 겨우 열 살이었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이곳에 갇혀버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그 아이들의 발이 느린 탓이다. 어렵사리 마씨 성의 사기꾼을 유인해 아이들…
봉룡 서원으로 끌려온 그해, 그는 겨우 열 살이었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이곳에 갇혀버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그 아이들의 발이 느린 탓이다. 어렵사리 마씨 성의 사기꾼을 유인해 아이들을 구출했다. 바람 소리를 따라 강을 끼고 달리면 사흘 안에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가는 길 내내 목이 쉬도록 우스갯소리까지 해 주었는데, 아직도 목에서 연기가 나는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어떻게 되었나. 학이라는 사람이 중간에 끼어들어 아이들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겠다며 가로챘다.
봉룡 서원이라는 곳, 좋긴 하다. 먹을 것도 있고, 잘 곳도 있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점까지!
그는 반드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선생이 수업할 때면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낙서만 했다. 종이 위에 서원의 전체 구조를 그린 후, 어디로 빠져나갈지 계산했다. 사저가 검을 연마할 때면 일부러 지붕 위에 올라가 구름과 산봉우리를 세며 나가게 되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미리 살폈다. 학은 늘 그에게 엉덩이에 가시가 돋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고 했다. 그럴 때면 속으로 생각했다. 이토록 넓은 세상에 제자리에서 허송세월하는 건 저 늙은이뿐이라고.
그해 겨울, 그는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서원의 말을 훔쳐 타고 혼자 백 리 밖까지 달아난 것이다. 하지만 역병이 도는 마을을 지나칠 때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어딘가에 갇혀 꼼짝 못 하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다시 돌아가 봉룡 서원에 도움을 청했다. 돌아왔을 때는 말도 야위었고, 사람도 야위어 있었다. 벌받을 각오까지 했건만, 학은 오히려 그에게 추천서 한 장을 내밀었다. 다른 길을 마련해 두었다는 뜻이었다.
떠나는 날, 학은 그에게 말했다. "가거라. 이 천지의 맑음과 혼탁함을 너도 이제 직접 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는 기세등등하게, 아주 빠른 걸음으로 떠나며 한마디만 남겼다. "영영 안녕이다!"
그 길로 천애객에 들어갔고, 마침내 두 발로 천하를 떠돌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병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천하를 두루 돌아보기도 전에, 조직의 명령으로 진수창에 주둔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림은 너무 길었고, 귀에는 잡음만 가득했다. 상인의 주판 소리와 아이를 안고 우는 여인의 울음, 북쪽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말발굽 소리까지... 그는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저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들리는 것들을 모조리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 길로 후퇴할 수 있는지, 어느 관문을 지킬 수 있는지, 어느 부대가 늦게 도착할 것인지... 그림을 그릴수록 그의 머리카락은 더 빨리 희어졌다. 종이 위에서 얻은 깨달음은 얕은 지식일 뿐이라, 결국 직접 말을 타고 달려야 했다. 당장 호타강으로 떠나야 했다!
마음속 울분 때문이었을까. 누군가 찾아왔을 때, 그의 귓가에는 마침내 고요가 찾아왔다. 여도를 이 사람에게 넘기고, 여기서 작별하자. 다시는 만나지 말자.
하지만 이동하는 내내,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그를 붙잡고 살길을 알려 달라고 애원했다.
한 번 길을 알려주고 나면 또 새로운 얼굴들이 몰려왔다. 갈 곳 없는 노인들, 여인들, 아이들... 그는 입으로는 이제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울음소리에 발목이 잡혔다. 자신이 떠나 버리면, 저들에게는 정말 죽을 길밖에 남지 않는다. 조금만 더 데려다주자. 그러고 곧장 돌아가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발이 빠르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무리를 데려다 주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어 있었다.
중도교는 함락되었고, 서원은 무너졌으며, 누구보다 연줄이 많았던 학마저 죽었다.
폐허 한가운데 선 그는 문득 자신에게 더는 갈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지의 맑음과 혼탁함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제 남은 것은 잿빛뿐이었다.
그는 홀로 달빛 언덕으로 돌아갔다.
당시 이곳에서 봉룡 서원을 떠났다.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결말은 달라졌을까?
하늘에서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그는 귀를 막고, 입을 다문 채 답을 찾지 못하자 더는 걷지 않았다.
비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보지도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묘한 호기심이 일었고, 이 사람 앞에서는 쏟아붓는 폭우조차 고요하게 느껴졌다. 긴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고서야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게 되었고, 자신이 끝내 가지 못했던 중도교에는 누군가 대신 다녀온 셈이었다. 그 사람은 떠날 때 그에게 밖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는데, 마치 오래전 그의 은사와도 같았다.
그토록 후회했던 영원한 이별이, 오늘 다시 인연이 되어 이 협의 길 위에서 만났다.
비가 그친 후 달빛 언덕의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왔다. 바람이 마치 앞으로 밀어 주는 듯했다.
세상에서 태어나 바람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랴? 바람에는 중심이 없으나, 오가는 모든 이에게 방향을 알려 준다.
그는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한 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을 다시 걸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한마디 말했다.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