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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기억은 불이었다. 그것은 점차 다가오는 거대한 불길이었다. 불이 나무에 닿으면 나무가 쓰러지고, 풀에 닿으면 녹아내리며, 물에 닿으면 끓어올랐다...... 만약 불이 내 몸에 닿는다면 나…

그녀의 첫 기억은 불이었다. 그것은 점차 다가오는 거대한 불길이었다. 불이 나무에 닿으면 나무가 쓰러지고, 풀에 닿으면 녹아내리며, 물에 닿으면 끓어올랐다...... 만약 불이 내 몸에 닿는다면 나는 어찌 될까? 이것이 그녀가 품은 최초의 의문이었다. 이어지는 의문들은 불길보다 빠르게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왜 불이 닿는 만물은 저마다 색과 냄새가 다른 것일까? 불에게도 끝이 있을까? 그 끝은 무엇일까? 나 또한 불일까? 나는 왜 나인 것일까? 상념을 깨운 것은 "누나, 어서 도망쳐!"라는 외침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태어나 처음으로 들은 부름이었다. 불길보다 먼저 한 쌍의 손이 그녀에게 닿았고, 그 손에 이끌려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불은 뒤로 처지고 바람은 곁을 스쳤으며, 통곡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눈앞에는 광활한 하늘이 펼쳐졌다. 그렇게 첫 질주 속에서 세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끝없는 달리기 속에서 그녀는 앞장서 자신을 이끄는 이가 바로 '남동생'임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자신이 도망쳐 나온 불길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전란의 불길, 마을을 태운 산불, 잔인한 학살, 그리고 혈육의 이별이라 불렀다. 고향을 잃은 이들은 불길을 떠올리며 원망의 눈물을 흘렸다. "모두 그날의 불 때문이다! 그 불길이 우리 집을 망가뜨리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당시 그녀는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해 그저 들리는 대로 몇 마디를 읊조릴 뿐이었다. "사람. 죽이다. 불. 따뜻해." 그녀의 말은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진 듯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바보군", "선천적인 불구야", "짐덩이일 뿐이야"...... "차라리 내버리는 게 낫겠어!"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들불처럼 증오한다는 것만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남동생'이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사람들을 향해 무언가 크게 외쳤다. 그 후 남동생의 손에 이끌려 다시 먼 길을 떠났다. 이번에는 길의 끝이 있었고 그 끝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마치 새처럼 아름다운 깃털을 지닌 사람이었다. 새를 닮은 이는 남동생처럼 그녀의 다른 한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자, 집으로 돌아가자." 그녀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그 사람이 대답했다. "오늘부터 내가 너희의 어머니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럼 저는 누구인가요?" 그 사람이 말했다. "너? 아, 너희는 이름이 있느냐?" 세 사람은 높은 산을 넘었으나 이번 길은 짧게 느껴졌다. 아마도 돌아갈 집이라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맥 너머에서 '아버지'가 그들을 마중 나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밤새 고민한 끝에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름은 응녕이고 아이의 이름은 응안이란다." 그날부터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 그리고 이름이 생겼다. 이제 그녀는 한낱 들불이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러나 이 잘못된 결론은 먼 훗날 그녀에게 가혹한 대가를 요구했다. 불은 그녀의 이름과 부모님, 남동생, 심지어 달리는 능력까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그녀는 다시 불로 되돌아갔으나 이번에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이전처럼 모든 것을 사납게 집어삼키는 들불이 되지는 않을 터였다. 들불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앗아갔을지언정 소중한 이들이 남긴 것은 땅속 깊이 묻힌 씨앗처럼 그녀의 마음속에서 싹터 눈물이 되어 서서히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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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기억은 불이었다. 그것은 점차 다가오는 거대한 불길이었다. 불이 나무에 닿으면 나무가 쓰러지고, 풀에 닿으면 녹아내리며, 물에 닿으면 끓어올랐다....…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