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은 겸허한 군자로 거문고에는 능했으나 말주변이 없어, 이를 아는 구월해는 그를 놀리기 일쑤였다. 나와 그대의 형제 열언이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그대는 누구를 구할 건가? 터무니없는 질문에 놀란…
고현은 겸허한 군자로 거문고에는 능했으나 말주변이 없어, 이를 아는 구월해는 그를 놀리기 일쑤였다.
나와 그대의 형제 열언이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그대는 누구를 구할 건가?
터무니없는 질문에 놀란 고현이 댕하는 소리를 내며 거문고를 틀리고 말았다.
전부 구하겠네. 전부.
어림없네. 그대의 몸집으로는 한 명이나 구한다 해도 놀라운 일인데, 어찌 모두를 구하겠나?
그렇다면... 아...
고현이 말끝을 흐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둘 중 하나는 스스로 수영해서 올라올 수 없겠는가?
고현이 구월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부의 모습을 한 젊은이는 입에 볏짚을 물고, 다리를 꼰 채 지붕에 누워 깜빡 잠들어 있었다.
날씨가 맑았던 그날, 쏟아지는 햇빛에 젊은이 입에 문 볏짚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때 고현은 열언의 제의를 받고 함께 거란과 싸우려던 참이었다. 내리쬐는 햇빛에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그가 물었다.
실례합니다... 열언 형제가 여기 있나요?
열언 형제 말이오? ...꽤나 친근하게 부르시는군. 그의 형이오? 아니면 아우요?
눈을 뜬 젊은이 그를 바라보며 짓궂게 놀렸다.
아니오... 친형제는 아니고, 그냥...
친형제가 아니면, 설마 의붓형제란 말이오?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거문고를 타고 있는데, 열언 형제가, 형제가...
다급해진 고현은 자초지종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튼, 그가 나를 불렀소.
젊은이 깔깔대며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알고 있소. 그대도 그자와 함께 거란족을 치러온 것이 아닌가.
나도 그렇다네. 나는 구월해요. 원한다면 형제라 불러도 좋소.
구월해는 사과의 뜻으로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미안하오. 자네같이 어리숙한 공자를 보면 왜인지 모르게 놀리고 싶어져서 몇 마디 해봤소.
훗날, 하동팔준의 별호를 얻고, 고현과 구월해는 진정한 의형제가 되었다.
고산유수의 공자와 초야의 어부 출신이었지만, 종자기와 백아를 보는 듯했다.
그리하여 이런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고현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쥐어짜며 "아무튼..."만 내뱉고 있으면,
옆에서 고현의 의중을 이해한 구월해가 "그러니까..."라고 하며, 상대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이 둘을 '아무튼', '그러니까' 형제라 불렀다. 소위 지음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로부터 어린 시절 그들의 깊은 우애와 즐거웠던 만남을 짐작할 수 있다. 훗날 그들이 갈라선 것은 나중의 일로, 이와는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