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스승님과 한 낭자는 도대체 어떤 사이이십니까?' 천불수는 들고 있던 약전을 느릿하게 내려놓았다. '그리 궁금하더냐? 그럼, 이 스승의 절학은 궁금하지 않으냐?' 황두두는 고개를 움츠리며,…
'스승님, 스승님과 한 낭자는 도대체 어떤 사이이십니까?'
천불수는 들고 있던 약전을 느릿하게 내려놓았다.
'그리 궁금하더냐? 그럼, 이 스승의 절학은 궁금하지 않으냐?'
황두두는 고개를 움츠리며, 마늘을 찧듯 손에 든 약절구를 찧었다. '아닙니다, 스승님. 더는 여쭈지 않겠습니다. 스승님께서 나중에 혼인하지 않으시면, 필히 저와 같이 사셔야 합니다...'
'홀아비가 되시는 건 너무 안타깝습니다.'
두두는 매우 큰 목소리로 '소근'거렸고, 요초야도 고개를 숙여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했다.
천불수는 제자를 놀리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낙신은 불로의 존재이며, 낙신의 뱃사공도 마찬가지이다.
일흔이나 여든의 노인이 되어도, 그 둘은 변함없는 황하의 신선이며, 단짝이다.
하지만, 철도 안 든 이 두 아이들은 나이도 어린 것들이 호기심만 왕성해서, 온종일 여기저기 캐묻고 다닌다... 불선선의 그 사람과 비슷하다.
그때 아이를 키우는 한향선을 보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아마 순간 마음이 약해져 이 둘을 거두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식과 제자는 빚과도 같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천불수는 사부의 위엄을 세우려, 몸을 다시 일으켰다.
'약전은 모두 외웠느냐? 장부는 다 정리했느냐? 내 너희 둘을 시험해 보리다. 어제 풍비를 앓는 환자가 왔었다. 약에 복령, 방풍, 백출 몇 냥을 넣어야 하느냐?'
본디 그리 엄격한 스승이 아니었던 천불수였던지라, 두 제자는 기분을 맞춰주려는 듯 말없이 히히 웃었다. 그저 한층 더 바쁘게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불선선에서는 활명의관의 천불수 의원이 불선선 주점의 여주인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은 천불수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지만, 천불수는 이따금 슬픈 표정을 보이며,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천불수는 두터운 인망으로 십수 년 동안 강무랑과 함께 불선선의 사윗감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초와 한을 가르는 은하수처럼, 깔끔하게 이런 방식으로 엮이는 것이 편하다. 마치, 영원히 만나지 않는 두 개의 평행선처럼.
'오늘의 일은 이전의 거래와 다르다네. 아무것도 새어 나가선 안 된다오. 명심하시오.'
연북맹과 큰 건을 거래한 후,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뜻한 불빛이 그녀의 뺨을 스치자, 우물 아래 찬바람 부는 이곳도 그리 춥진 않았다.
그는 대답 후, 입꼬리를 올려 따스한 웃음을 지었다.
뱃삯은 일찍부터 우물 아래에 있었지만, 그는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천불수는 그녀와 저청천이 서로 등을 돌리는 모습을 그 자리에 서서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어리석게도, 그는 마음속으로 은밀하게 기뻐했다.
둘 사이의 비밀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오로지 그만을 믿었다.
그는 다른 이들은 모르는 그녀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저청천보다도 더.
하지만 그날의 그녀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술을 한독 한독 호수에 따라버리는 모습을 보며, 그는 멈추지 않고 흐르는 술이 왠지 그녀의 눈물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말없이 물결이 인 수면을 바라보았다.
천불수는 줄곧 멀리서 있었다.
낙신의 '뱃사공'만이 평생 그녀를 떠나지 않고, 비바람을 함께 견뎌낼 것이다.
그녀가 뒤를 돌아봐 주기만 한다면.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불선선의 똑 부러지는 주인이든, 약수안에서 새로운 얼굴로 칼을 쥐는 낙신이든.
아니면 지금 호숫가에서... 과거를 추억하며 사랑 때문에 슬퍼하는 여인이든.
이 수십 년간 매일 밤 우물 아래에서 잠을 청하며, 치밀하게 사내로 위장해 온 천불수 자신과 같다.
그들은 소문 속의 각별한 사이인 천 의원과 한 사장일 수도, 아무도 모르는 강호의 공범일 수도 있다.
또 마을 이웃들이 말하는 엮어주고 싶은 한 쌍의 '사내'와 여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영영 함께할 수 없다.
두 여인의 마음이 이 세상에서 한없이 가까워지다가, 한 척 남짓한 친밀한 거리에서 멈추었다.
이는 가장 요원한 거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