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성에서 누구의 수업이 가장 좋으냐 묻는다면 제자마다 저마다의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묵경을 가장 재미있게 설명하느냐 묻는다면 열 명 중 여덟 명은 구 대장인을 꼽을 것이다. 구 대장인이…
묵성에서 누구의 수업이 가장 좋으냐 묻는다면 제자마다 저마다의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묵경을 가장 재미있게 설명하느냐 묻는다면 열 명 중 여덟 명은 구 대장인을 꼽을 것이다.
구 대장인이 설명하는 묵경은 고전을 인용하며 깊은 내용을 쉽게 풀어낼 뿐만 아니라 늘 음식에 빗대어 설명해 식욕을 돋운다. 묵자가 옛날 사방을 돌아다니며 먹던 음식부터 각국의 군주들이 묵자 일행을 위해 차린 연회까지 구 대장인은 하나하나 예를 들며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묵자의 제자 열다섯 명과 그 후학들이 '하늘의 뜻'이라는 글을 적어 내려갈 때 먹은 것이 산나물과 들나물이었는지, 생선과 고기였는지는 곧 묵가의 근본을 논하는 중요한 문제라 했다.
게다가 예로부터 지금까지의 기관술 도면은 대부분 비슷비슷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요리는 달랐다. 식재료의 풍부함과 조합의 다양함, 맛의 복잡함은 천차만별이었다. 세상 그 어떤 기관보다도 변화무쌍한 묵가의 도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식이라고 그는 믿었다. 수업이 끝나면 그는 늘 묵가의 실험 정신을 앞세워 오래전 사라진 옛 조리법을 하나씩 되살리곤 했다. 재료를 바꿔 보고, 불의 세기를 달리해 보고, 간도 조금씩 달리해 보면서...
물론 제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세 시진마다 돌아가며 구 대장인을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가 아니었다. 구 대장의 요리 연구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곁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그는 또 정체불명의 식재료 더미 속에 쓰러진 채 헛소리를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창밖으로 구름이 점차 흩어지고 꿩이 새벽을 알리자 몇몇 제자들은 변함없이 마당에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라'는 구절을 외웠다. 어떤 이는 묵성의 새로운 기관 장치를 이야기했고, 어떤 이는 개산과 봉산을 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띤 논쟁을 벌였다.
구 대장인은 묵경이라는 조리법을 제자들에게 맡겼다. 그리고는 그 안에 새벽닭 울음과 함께 일어나는 고단함을 한 숟갈, 몸으로 익히는 수련의 고됨을 한 숟갈, 토론과 논쟁의 매운맛을 조금, 뜻을 함께하는 벗들과의 달콤함도 조금씩 더해 보라고 했다. 어떤 제자는 소금을 한 움큼 쏟아붓기도 했고, 어떤 제자는 천하를 떠돌며 마주한 강물의 맛까지 그 안에 담아 넣었다.
"대패를 들든 국자를 들든, 중요한 건 자기만의 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거다." 구 대장인은 제자들에게 이 말을 남기고는 다시 자신의 작은 작업실로 들어가 버렸다. 남겨진 제자들은 미묘한 향을 풍기는 냄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얼굴만 멀뚱히 바라보았다.
이럴 때마다 나이가 좀 있는 제자들은 아직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전의 구 대장인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쩌다 저토록 학식 깊고 신중하던 대장인이 평생을 연구해 온 기관술을 뒤로한 채, 옛 요리책과 고대의 조리법에 이토록 푹 빠져 버린 걸까. 그것은 지금까지도 제자들이 풀지 못한 가장 큰 수수께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