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는 언제나 한 무더기의 갈대풀이 자라난다. 씨를 뿌리는 이도 없고 돌봐주는 이도 없다. 봄에는 푸르고 가을에는 창창하다. 바람이 불면 갈대밭 전체가 바스락거리며 다 함께 한쪽으로 허리를 굽힌다…
강가에는 언제나 한 무더기의 갈대풀이 자라난다.
씨를 뿌리는 이도 없고 돌봐주는 이도 없다. 봄에는 푸르고 가을에는 창창하다.
바람이 불면 갈대밭 전체가 바스락거리며 다 함께 한쪽으로 허리를 굽힌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안다. 갈대로 참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지붕에 얹으면 비바람을 막아주고, 곡식 수레 바닥에 깔면 덜컹거림을 줄여주며, 엮어서 돗자리를 만들면 꽤 따뜻하게 몸을 뉠 수 있다. 설령 속이 빈 갈대 줄기라도 가락 맞지 않는 곡조를 부는 데 쓸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혹자는 강가에 서서 가리키며 말할지도 모른다.
"그 옛날 장군이 이곳에서 혈전을 벌이셨지."
"또 그 옛날, 어떤 협객이 이곳에서 적의 숨통을 끊어놨어."
하지만 강가의 저 갈대들이 무엇을 했는지 묻는 이는 거의 없다.
어쩌면 최전선으로 가는 군량 수레 안에 깔린 짚단이 되어, 피와 빗물에 함께 흠뻑 젖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장의 모닥불에 던져져 타닥타닥 타들어 가며 꽁꽁 얼어붙은 손가락들이 다시 칼을 쥘 수 있는 온기를 내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강기슭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며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 꼿꼿이 버티고 섰을지도 모른다.
그 후, 또 몇 가닥의 갈대가 누군가에게 베어졌다.
얇게 깎이고 말려지고 팔과 어깨와 등을 오려내어 색을 칠하고 가는 실로 묶었다.
극장에 등불이 켜지고 흰 막이 밝아지자 무대 앞에서는 재자와 가인, 제왕과 장상이 차례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갈대 그림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막의 한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무대 아래의 아이가 고개를 들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 그림자는 누구예요?"
"저건 말이야, 이름 없는 사람이란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림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저건 나예요! 제 이름을 그에게 줄게요."
등불이 일렁였고, 그림자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