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을 좋아하는 난오는 깊은 의미를 구하지 않고 그저 소리내어 읊는 것을 즐겼다. 이에 반해 방백은 시를 해석하는 걸 좋아했는데, 원문을 그대로 쓰기 보다는 이리저리 고쳐 쓰곤 했다. 젊은 시절…
시 낭송을 좋아하는 난오는 깊은 의미를 구하지 않고 그저 소리내어 읊는 것을 즐겼다. 이에 반해 방백은 시를 해석하는 걸 좋아했는데, 원문을 그대로 쓰기 보다는 이리저리 고쳐 쓰곤 했다.
젊은 시절, 두 사람은 달빛 아래서 논두렁을 거닐며 시문을 즐겨 읊곤 했다. 밤이슬이 자욱하게 내리면 방백은 난오를 방까지 바래다줬고, 난오는 등불 아래 앉아 밤을 지새웠다.
등불 아래에서 시집을 천 번도 넘게 넘기다 보니 모든 구절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겨울밤과 여름날을 거쳐,
백 년 뒤에는 같은 무덤으로 돌아가리라.
사랑하는 연인은 반드시 함께하리니 백 년 뒤에도 같은 무덤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긴 시를 보며,
방백은 아름다운 시라고 평했다.
사랑의 설렘 속에서 이 시는 마치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여름밤과 겨울날을 거쳐,
백 년 뒤에는 같은 곳으로 돌아가리라.
아름답구나...
모진 말만 남긴 채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지 수천 일의 낮과 밤이 지나도록 이 시는 신음과 고통 속에서 소태처럼 쓰게만 느껴지는구나.
그대가 없으니 여름 낮은 덥기만 하고, 겨울 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길기만 하오...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내 무덤에 들러줄 테요? 긴 잠에 들면 난 과연 마음의 안식을 얻을 것인지...
무심곡의 긴 밤이 유난히 춥고 쓸쓸하기만 하구나. 주위에 사람 그림자 하나 볼 수 없으니, 그녀는 밤바람에 흐느끼는 소리를 감출 줄 모르네.
나무는 칡덩굴을 뒤집어썼고, 처량한 무덤은 야생 포도로 뒤덮였네. 내 사랑하는 이가 이곳에 깊이 잠들었으니 누가 함께하려나?
대추나무 가지가 칡덩굴을 뒤집어썼고, 처량한 묘터는 야생 포도로 뒤덮였네. 내 사랑하는 이가 이곳에 묻혔는데, 누가 함께하려나?
이 세상에 태어나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으니,
머리를 뉜 베개는 눈부시게 빛나고, 몸을 감싼 비단 이불은 화려하구나. 내 사랑하는 이가 이곳에 깊이 잠들었으니 누가 함께하려나?
그대와 함께할 수 없으니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구나.
도림채의 바람이 부드럽다. 그녀의 계획은 바람처럼 완벽했다.
경도장의 소식을 미끼로 삼아 방백을 유인했다. 옛정을 이용해 방백을 함정에 빠뜨리고, 독침으로 제압하고 검으로 위협했다.
난오가 검을 거두자, 방백이 쓰러졌다. 지금이다. 이 순간에도 난오에게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황금 복숭아를 얻지 못했다.
방백은 굴복하지 않았다. 난오는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방백을 이해했다.
서로 마음을 나눈 시간은 짧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이 백 년의 세월처럼 길고, 같은 무덤에서 함께 잠든 것처럼 익숙했다.
그녀는 황금 복숭아를 얻지 못했다. 황금 복숭아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
그녀는 죽을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차가움, 고독, 고통, 그리고 미래가 없다는 절망이 바로 죽음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천 번, 만 번 죽어도 아쉽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어찌 두렵겠는가?
그녀는 복숭아 숲에 홀로 남았다. 결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던 방백, 굴욕 가득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 죽음에 쫓겨 살아야 했던 자신의 일생을 떠올렸다.
한 무리의 새 떼가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갔다.
난오는 소반에게 자신을 이렇게 기억해 달라고 했다.
'죽음이 날 덮치려 할 때, 내가 먼저 죽음을 받아들였다.
새가 나뭇가지를 떠나듯 나 역시 이 세상을 떠났다. 폭풍에 휩쓸린 것이 아니라, 내가 폭풍을 막아섰다.
새장과 같은 세상에서 난 죽음으로서 새장을 부숴버렸다.'
난오는 문진관의 의복을 입곤 위장에 나섰다. '방백'으로 위장해 연회에 참석하려 했던 것이다.
철옹성 같은 성 한가운데서, 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무모한 시도였다.
어리석다고 해도 가만히 구경하는 것보다 낫다.
그대가 없으니 겨울 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길기만 하고, 여름 낮은 덮기만 하구려...
나는 나만의 '도'와 '의' 속에 묻힐 것이니, 누가 나와 함께할 것인가?
수많은 칼과 도끼가 그녀를 꿰뚫었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멀리서 다가오는 듯한 방백을 본 듯했다.
그대가 없으니 여름 낮은 덥기만 하고, 겨울 밤은 길고 쓸쓸히 춥기만 하구려...
내가 사랑하는 이는 그의 '도'와 '의' 속에 묻히리라.
누가 그와 함께하겠는가?
내가 그와 함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