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스레하고, 경하의 물결은 비단처럼 일렁였다. 소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뱃사공인 아낙네 여씨가 나루터를 향해 배를 저어오고 있었다. 적막 속에서 갑자기 아주 낮은 신음이 들렸다…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스레하고, 경하의 물결은 비단처럼 일렁였다. 소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뱃사공인 아낙네 여씨가 나루터를 향해 배를 저어오고 있었다. 적막 속에서 갑자기 아주 낮은 신음이 들렸다. 소반이 고개를 들어 난오를 바라보니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이 양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난오가 몸을 가누기 힘든 듯 제자리에서 휘청거렸다. 소반은 알고 있었다. 난오의 몸속에 든 맹독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이라, 누군가 눈치채기라도 하면 반드시 큰 사달이 날 것임을. 멀지 않은 곳, 강물 위에서 배를 젓는 여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소반은 난오의 몸이 뒤로 쓰러지는 것을 느끼고 급히 허리로 그녀의 등을 받쳤다. 손끝에 닿은 난오의 옷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소반은 서둘러 약주머니에서 환약을 꺼내고는, 난오의 떨리는 턱을 살짝 옆으로 돌려 입에 넣었다. 목에서 새어 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강바람에 섞이며 귓가를 스쳤다. 다 큰 성인의 무게는 소반처럼 작은 아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난오도 소반이 힘겨워하는 것을 알아챘는지 급히 몸을 빼려 했다. 그러나 극심한 통증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고, 외려 강물에 곤두박질칠 지경에 이르렀다. 소반이 서둘러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낚아챘다. 무릎이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작은 돌멩이들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이는 결코 손을 놓지 않았다. 난오가 더 이상 고꾸라지지 않도록 꽉 붙들 뿐이었다. 이번에는 난오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소반에게 몸을 맡겨, 옆의 돌무더기 위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애쓸 것 없어.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그냥 죽여버리면 돼." 한참 입을 닫고 있던 난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소반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곁눈질로 보니, 여씨의 배가 기슭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지요!" 여씨는 손바닥에 넘칠 듯한 은자를 보고는, 소반와 난오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소반이 여씨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떨림이 잦아든 난오를 부축해 천천히 배에 올랐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세 사람 사이에는 노가 물을 가르는 소리만 들렸다. 여씨는 아무 말도 없는 둘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여기 꼬마 낭자는 웬만한 벗보다 살뜰하네요. 동생인가 봐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여씨는 무안해하기는커녕 혼잣말하듯 탄식했다. "에휴, 요즘 세상엔 역시 자매가 좋다니까요. 서로 살뜰히 챙겨주니, 외동이나 형제보다 훨씬 낫지요." "내 딸이야." 난오가 불쑥 대꾸했다. "따님이요?" 여씨가 깜짝 놀라며 두 사람을 슬쩍 훑어보더니, 진심으로 감탄했다. "정말 젊어 보이시네요. 거의..." "주워 온 거예요." 소반이 말했다. 난오는 의아한 듯 소반을 돌아보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 주워 왔어. 참 효성스럽지." "아아, 그렇군요..." 여씨는 두 사람을 한참 번갈아 보다가, 결국 그 말을 받아들였다. "주워온 딸이 이렇게 살갑다니, 참 좋네요. 낳은 자식 못지않아요..." 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가운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리자 나머지 한 사람도 덩달아 웃었다. 활짝 웃는 두 낭자를 보며 마음이 훈훈해진 여씨는 웃음소리에 맞춰 뱃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내 작은 배 안은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저 자매끼리 하는 농담이었겠거니, 여씨는 그리 짐작했다. 그것도 아주 각별한 자매 말이다. 앞길이 험하고 굽이져도 곁에 있는 사람과 서로 의지하며 산 넘고 물 건너 함께한다면, 서로가 어디서 왔든 가족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댓글

—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스레하고, 경하의 물결은 비단처럼 일렁였다. 소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뱃사공인 아낙네 여씨가 나루터를 향해 배를 저어오고 있었다. 적막 속…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