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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그녀는 생기가 넘쳤다. 어전 시회에서 '비화령'이 시작되고 뭇 문신들이 더 이상 말문을 잇지 못할 때, 오직 그녀만이 경전을 인용하며 온 자리를 압도했으…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그녀는 생기가 넘쳤다. 어전 시회에서 '비화령'이 시작되고 뭇 문신들이 더 이상 말문을 잇지 못할 때, 오직 그녀만이 경전을 인용하며 온 자리를 압도했으니. 난초처럼 빼어나고 지초처럼 고결했다. 들리는 말로는 낙양에서 이름을 떨치던 재녀로, 이번에 조칙을 받아 입궁했다 하더라. 그때 궁중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앞으로 어떤 시부를 써 내려갈지 저마다 추측하기 바빴다. 그 뒤로 나는 그녀를 몇 번 더 보았다. 사람들이 담소 나누는 연회 자리에서, 그녀는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예전 같지 않게 침묵이 길어졌다. 곁에서 아첨하는 예쁜 말들이 오갈 때, 그녀는 그저 난처한 듯 소매 속의 붓을 꽉 쥐고 있을 뿐이었다. 풍문으로는 그녀가 지은 시를 처음에는 폐하께서도 흥미로워하셨다 한다. 그러나 점차 잡음이 섞여 들기 시작했다. "폐하께서 새로 진상 받은 진기한 새를 기뻐하시어, 그녀에게 찬양하는 부를 지으라 명하셨다지?" "하지만 그녀가 쓴 글은 지나치게 고상한 척하는 글이라 반려되었다더군. 폐하께서 원하신 것은 시의적절한 송가이지, 그런 고고한 척하는 간언이 아니었거든." "재녀라고? 내 보기엔 그저 재주를 믿고 거만한 것일 뿐이야." 그 후로 그녀 곁을 지키는 이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녀의 시고는 아무도 찾는 이가 없게 되었다. 다시금 그녀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녀가 스스로 뭇사람이 받들던 전각을 떠나 아무도 찾지 않는 냉궁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거미줄이 엉킨 창 너머였다. 그녀는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져 있었고, 얼굴은 교차하는 거미줄 뒤에서 희미하게 비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두 눈만은 놀랍도록 밝게 빛났다. 마치 무엇인가 타오르는 듯,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결연하면서도 만족스러운 광채였다. 그녀의 시선은 먼지가 쌓인 처마 밑 대들보를 넘어, 뜰 가운데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도 넘어, 마침내 곧장 궁장 밖을 향했다. 그곳은 동쪽, 달이 떠오르는 방향이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명을 받아 빈방 하나를 정리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녀의 옛 거처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탁자 위 먹물 자국은 말라 있었고, 글자로 가득한 흰 비단 한 폭이 바람에 날려 내 발치에 떨어졌다. "누추한 집 곁에서 태어나 문서의 예법을 익히지 못하였으나..." 글자가 많았지만 내용이 어려워 나는 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읽어 내려갈수록 눈앞이 흐려지더니, 예고도 없이 눈물이 툭 떨어졌다. 나는 이 흰 비단을 소매 속에 깊이 감추었다. 그 뒤 낙양성 안에는 시부 한 편이 삽시간에 퍼져나가 사람들이 다투어 베껴 적었다. 사람들은 이 시구 속에 붉은 담장에 깊이 갇힌 절망과, 혈육과 생이별한 비통함과, 먼지를 뒤집어쓴 명주 같은 재능에 대한 비분과, 옥이 되어 부서질지언정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흰 비단이, 마침내 그녀를 대신해 궁장을 날아 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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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그녀는 생기가 넘쳤다. 어전 시회에서 '비화령'이 시작되고 뭇 문신들이 더 이상 말문을 잇지 못할 때, 오직 그녀만이…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