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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순풍을 타고 구만 리를 날아오를 만큼 젊었다. 날개를 펼치면 천 리를 가르는 곤붕은 열여덟 층 심연의 바닥에서 힘껏 날아올라 태양에 닿았다. 그리고 금박처럼 찬란한 햇…

붕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순풍을 타고 구만 리를 날아오를 만큼 젊었다. 날개를 펼치면 천 리를 가르는 곤붕은 열여덟 층 심연의 바닥에서 힘껏 날아올라 태양에 닿았다. 그리고 금박처럼 찬란한 햇빛을 한 줄기씩 물어 와, 메마르고 앙상한 사람들의 손에 쥐여 주곤 했다. 그녀는 묵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눈부신 재능을 지녔지만, 그 재능이 빛을 발하는 곳은 언제나 책과 종이, 그리고 그들의 기물 안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사람을 상대하라고 하면 어떨까. 탐욕스러운 관리 앞에서 웃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면서도 단 한 치의 이익도 내주지 않는 일. 잔꾀에 능한 군관의 손에 동전 반 꿰미를 쥐여 주고, 다리를 저는 어린아이 하나를 대신 데려오는 일. 묵문이 빌려준 곡식 종자를 팔아 술로 바꿔 마시곤 삶을 포기해 버린 촌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그런 일 앞에서라면, 이 천재들은 몇 마디 서툰 말만 내뱉다가 결국 풀이 죽은 채 산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장 익숙한 종이 더미와 공방 한구석으로 말이다. 하지만 붕은 달랐다. 붕은 하늘 높이 나는 새이기도 했지만, 필요하다면 깊은 바다 밑바닥에 몸을 숨긴 곤이 될 줄도 알았다. 돈이 새는 곳을 막고,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 권력을 두고 다투고, 이해를 저울질하고, 누구와도 원만하게 지내며, 때로는 형세에 몸을 맡기고, 상대를 봐 가며 말과 태도를 바꾸는 것. 굶주린 사람의 입에 한 술이라도 더 넣어 줄 수만 있다면, 붕은 탐욕스러운 자들과 손을 잡는 일도, 어리석은 자들과 부대끼는 일도, 터무니없는 세상을 견디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장 젊었을 무렵, 세상을 뒤흔들 만한 일을 하나 벌였다. 그때는 아직 장흥 연간이었다. 관청에서 내놓는 농기구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데도 값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녀는 농사철을 그렇게 허비하게 둘 수 없었다. 그래서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분해하기 쉬운 목판과 나무 바퀴를 구해 와, 세상 누구도 본 적 없는 농기구를 만들어 몇몇 마을에 나눠 주었다. 혹여 윗사람들이 들이닥쳐 조사를 나온다고 해도, 그 자리에는 어디에 쓰는지도 알 수 없는 목판과 나무 바퀴만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흠잡을 데 없는 솜씨였다. 은자 두 푼에 붕의 뒤를 봐주기로 한 순찰 하급 관리조차 그녀의 수완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붕은 이 인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농가에서 쓰는 싸구려 찻잎 줄기를 달여 차 한 주전자를 내오고, 그를 붙잡아 앉혔다. 그 하급 관리는 누렇게 익어 가는 밀밭을 바라보며 떫은 차를 석 잔이나 비웠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탁자 위에 올려 두었던 은자 두 푼은 결국 챙겨 가지 않았다. 두 번째로 그 하급 관리를 만난 것은 현성의 거리에서였다. 그는 딱딱하게 식은 만두를 품에서 꺼내 베어 물며, 새로 반포된 세금 고시를 붙이고 있었다. 붕을 발견한 그는 괜히 가슴을 한껏 펴더니, 태연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 최근 자신이 올린 상소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농사철 이야기며 관청에서 보급하는 농기구, 제철소와 순검에 관한 내용까지 이것저것 적어 넣었다는 말이었다. 아직은 어설픈 관료 말투를 흉내 내면서도, 이제는 자기 말에도 제법 힘이 실리게 되었다며 은근히 자랑했다. 붕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언젠가는 정말 그렇게 될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곳에도, 먼 곳에도, 그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서로 천 리, 만 리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 관복과 베옷을 입은 사람들. 책더미 속에 파묻혀 살던 사람과 밀밭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 그들이 이제는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찬란하게 빛날 그 길을. 그날이 오면, 그 길을 위해 힘을 보탰던 동도들은 모두 함께 환호하며 웃을 것이다. 괭이를 치켜들고, 웃옷을 흔들고, 관모를 높이 던지며, 서로를 힘껏 끌어안을 것이다. 그들은 작고 이름 없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의 상소가 정말 누군가의 눈에 들었는지, 세 번째 만남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붕이 자주 드나들던 몇몇 마을에 '백성의 농기구 자주 제작을 허하는 조칙'과 함께 새로운 농기구 세금 고시가 나붙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이제는 값싸고 튼튼한 농기구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며 들떠 있었다. 하지만 붕은 말없이 세금 고시를 바라봤다. "예전에는 이런 걸 거두지 않았는데." 그녀가 말했다. "예전에는 관청에서 만든 농기구를 사야 했잖아. 이제는 돈 조금만 내면 직접 만들 수 있으니 전보다 훨씬 이득이지."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 남의 땅을 빌리면 지대를 내고, 남이 만든 길을 쓰면 길 삯을 내잖아. 다 이유가 있어서 내는 돈이지, 괜히 더 걷는 게 아니라고." 한동안 침묵하던 붕이 다시 말을 되풀이했다. "예전에는 이런 걸 거두지 않았어요." "온 천하의 땅은 모두 임금의 땅이다. 예전엔 걷지 않았더라도, 이제는 걷는 게 마땅한 것이지." 그는 성난 걸음으로 떠나갔다. 마을에 남은 마지막 쌀과 고기까지 거두러 온 그날, 그는 마을 어귀에서 멀지 않은 나무에 스스로 목을 맸다. 붕은 차 한 주전자를 들고 무덤이 빼곡히 들어선 언덕 앞에 앉았다. 그리고 찻잔을 세 번 채워 무덤 앞에 올렸다. 그녀가 첫 번째 잔을 들이켰다. 천하의 모든 땅이 임금의 것이라... 하지만 그 농기구는 내가 만들었다. 그것은 내 것이지, 그들의 것이 아니야. 그녀가 두 번째 잔을 가득 따랐다. 농기구뿐만이 아니야. 저 길도 그들의 것이 아니지. 저 길은 이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걸으며 만들어 낸 길이야. 선조의 것이지, 그들의 것이 아니야. 그녀가 세 번째 잔을 무덤에 부었다. 마을의 논밭 또한 그들의 것이 아니야. 일월성신, 풍토수화는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어. 다만 누군가 문득 땅 한 조각을 가리키며 그 땅이 자기 땅이라 외쳤을 뿐... 붕은 까마득하게 이어진 무덤 앞에서 마치 한 자루 장창으로 태양을 겨누듯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내가 선언하겠다. 이곳은 이제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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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순풍을 타고 구만 리를 날아오를 만큼 젊었다. 날개를 펼치면 천 리를 가르는 곤붕은 열여덟 층 심연의 바닥에서 힘껏 날아올라 태양에…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