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텍스트

"강호로 떠난다면, 뭘 챙겨가야 해요?" 여덟 살짜리 소역은 기마 자세로 다리를 벌린 채, 아버지가 불러온 강호 사부에게 물었다. 노인은 소씨 저택의 가산 위에 걸터앉아 코웃음을 치더니 조약돌 하나…

"강호로 떠난다면, 뭘 챙겨가야 해요?" 여덟 살짜리 소역은 기마 자세로 다리를 벌린 채, 아버지가 불러온 강호 사부에게 물었다. 노인은 소씨 저택의 가산 위에 걸터앉아 코웃음을 치더니 조약돌 하나를 집어 그의 다리에 던졌다. "뭘 챙겨가냐고? 네 아비의 호통이나 챙겨 가거라." 어릴 적 소역은 장난을 못 참는 녀석이었다. 지붕 위로 올라가고 벽을 타고 다니는 건 일상이었고, 나무검 하나 들고 또래들과 싸우는 일도 잦았다. 아버지가 화낼 만한 일이라면 빠짐없이 저질렀다. 나이 지긋한 소부지휘사는 낮에는 조정 일로 골머리를 앓고, 밤에는 침상에서 뒤척이다가 문득 깨어나 '젠장할 놈'이라며 욕을 퍼붓곤 했다. 그래서 소씨 저택 뒤쪽의 별채는 잘못을 저지른 소역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 됐다. 몇 번 왔다 갔는지는 그가 몇 번 실수했느냐에 달려 있었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는 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몇 번 밤잠을 설쳤느냐에 달려 있었다. 하인들은 그 방에서 매번 "살려줘! 살인은 범죄야!" 같은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하곤 했다. "도련님, 또 어르신 심기를 건드렸네요." 최근 소부지휘사는 그 작은 방에 자물쇠를 두 개나 달았다. 그날은 소역과 아버지가 가장 크게 싸운 때였다. "날 풀어주면 이 더러운 데서 단 한 순간도 안 있겠다! 강호로 떠날 거야!" "무슨 심가 아가씨? 날 죽인대도 그 여자랑은 살지 않겠다!" 소역이 그렇게 소리치고 욕한 다음 날 아침, 자물쇠가 하나 더 달렸고, '죽어도 같이 안 산다'고 소리친 그날 점심에는 아버지가 문을 발로 몇 번 치며 꾸짖었다. "옳고 그름도 분간 못 하는 놈!" 하지만 소역은 자신이 옳고 그름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세계는 단순했다. 그가 좋아하면 옳고, 싫으면 그른 것이다. 그는 늘 스스로 옳은 일만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을 떠나 강호로 나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날이 오면 그는 칼 하나와 피리 하나를 챙겨 갈 생각이었다. 칼은 싸움할 때 쓰고, 이기면 피리로 한 곡 불러서 자기가 보고 듣고 겪은 얘기들을 들려주려고 했다. "그 이야기들을 누구한테 들려줄 건데?" "누구한테 들려주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야기 자체지! 근데 한 가지는 확실해. 그 심씨 아가씨한테는 절대 안 들려줄 거야. 걔는 정말 싫어."

댓글

—
"강호로 떠난다면, 뭘 챙겨가야 해요?" 여덟 살짜리 소역은 기마 자세로 다리를 벌린 채, 아버지가 불러온 강호 사부에게 물었다. 노인은 소씨 저택의 가산 위에 … | Where Winds Meet 데이터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