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악천이 어머니가 전날 끓여 놓은 고기 양념을 막 꺼내놓고 흘린 국물을 닦고 있는데 오늘 첫 손님이 찾아왔다. "어, 국수틀을 새로 바꿨네?" 사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손님은 인상이 좋았다. "네,…
손악천이 어머니가 전날 끓여 놓은 고기 양념을 막 꺼내놓고 흘린 국물을 닦고 있는데 오늘 첫 손님이 찾아왔다.
"어, 국수틀을 새로 바꿨네?" 사오십 대쯤 되어 보이는 손님은 인상이 좋았다.
"네, 몇 년 전에 바꿨어요." 손악천이 웃으며 말했다. "손님, 뭐로 드릴까요?"
"지난번 왔을 때는 어머니 장부 계산 도와주고 있더니 이젠 혼자 다 해내는구나. 대단해."
손님은 가장 평범한 압착 국수에 고기 양념 하나를 추가했다. 손악천은 반죽을 국수틀 홈에 넣고 아래로 가늘게 빠져나와 그릇에 또르르 담기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릴 때 그는 국수 뽑는 게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넣을 때는 통통하고 둥근 반죽 덩어리인데 나올 때는 가는 국수 한 그릇이 되었고, 모양 틀이 다르면 버들잎 국수나 넓은 국수도 뽑을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어머니가 안 볼 때 어린 악천은 살금살금 발끝을 세우고 탁자 위 나무 선반에 손을 뻗어 눈을 크게 뜨고 마치 요술을 보는 것처럼 구멍에서 면이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어머니가 바빠서 야단칠 틈도 없으면 어린 악천이 뽑은 면에 바로 국물을 부어 손님에게 내주곤 했다.
어린 악천은 옆에서 눈을 떼지 않고 손님 반응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운 기색이 보이면 하루 종일 우쭐해하며 자신이 뽑은 그 면이 대단한 공을 세운 것 같았다.
가게에 손님은 오고 또 가고, 국수틀도 망가지면 고치고 고치다 바꾸곤 했다. 이제 손악천은 가늘고 긴 압착 국수를 뽑는 게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손님의 칭찬 몇 마디에 몰래 기뻐했다.
손악천은 그 칭찬을 마음속에 모아 두었다가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께 천천히 들려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