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화에게 봄은 보이지 않는 손님이었다. "엄마, 봄은 어떻게 생겼어?" 루화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는 잠시 멈칫하더니 얼어서 새빨개진 손으로 불 속에 갈대를 몇 줌 더 넣었다. 불꽃이 타…
루화에게 봄은 보이지 않는 손님이었다.
"엄마, 봄은 어떻게 생겼어?" 루화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는 잠시 멈칫하더니 얼어서 새빨개진 손으로 불 속에 갈대를 몇 줌 더 넣었다. 불꽃이 타닥타닥 튀며 엄마의 얼굴도 새빨갛게 비췄다. 엄마는 "얼음이 녹고 물고기가 물 밖으로 뛰어오르고 새가 돌아오고 갈대가 푸르게 변하면 봄이 온 거란다." 라고 말했다.
새는 하늘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니 볼 수 있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이니 볼 수 있었다. 갈대는 바람에 물결치듯 일렁이는 것이니 그것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봄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엄마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루화의 마음속에서 봄은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 같았다. 따뜻할 때만 살짝 들렀다가 가고, 올 때는 물고기와 새, 그리고 푸르른 갈대밭을 가득 가져와서 엄마의 기침을 줄여주고 자신의 배가 덜 고프게 해주는 그런 손님 말이다.
'손님이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면 좋을 텐데.'
루화는 불가에 웅크리고 앉아 강아지의 헝클어진 털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은 정말 너무 추웠으니까.
손등에 생긴 작은 입들이 사람을 물어뜯는 것 같았고 노를 저을 때면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아팠다. 코에서는 눈물이 흘렀고 옷은 꽁꽁 얼어붙었으며 밤만 되면 집도 함께 덜덜 떨었다.
그렇게 엄마에게 말하자 엄마는 웃으며 루화에게 말해줬다. 엄마가 어렸을 때 겨울은 하얀 산과 검은 물만 있었고 지금보다 더 춥고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견디면 괜찮아진단다... 얼음이 녹으면 강물이 봄을 데려올 거야."라며 덧붙였다.
다만 올해 겨울은 지난해보다 더 긴 것 같았다.
먼저 새들이 떠났다. 무리 지어 물 위로 날아올라 갈대밭을 몇 바퀴 돌더니 결국 저 멀리 잿빛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루화가 엄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엄마, 저것들은 어디 가는 거야?"
"따뜻한 곳으로 간단다." 엄마는 그 하늘을 바라보며 시선을 함께 날려 보냈다가 한참 만에야 돌아왔다. "내년 봄이면 돌아올 거야."
그다음엔 사람들도 떠났다.
마을 사람들도 새처럼 무리 지어 짐을 지고 배를 저어 떠나는 것을 보았다. 갈대밭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멀리서 그녀와 엄마에게 소리쳤지만 엄마는 고개를 젓기만 했다.
"엄마, 저 사람들은 어디 가는 거야?" 루화가 물었다.
"따뜻한 곳으로 간단다." 엄마는 똑같이 대답했지만 목소리가 좀 쉬어 있었다.
그 후 강이 얼어붙었다.
강가에 엎드려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얼음 밑은 온통 잿빛뿐이었다.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고 그물을 올리면 텅 비어 있었으며 얼음 조각과 꽁꽁 언 갈대 뿌리만 있을 뿐이었다.
"물고기도 따뜻한 곳으로 간 거야?"
이번에는 루화의 질문에 바람만 갈대를 휘몰아칠 뿐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엄마가 나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우지직... 강 위의 얼음에 금이 갔다.
철썩...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지만 이내 그림자도 사라졌다.
봄이 돌아온 걸까? 보이지 않던 그 손님이 강물을 따라 온 걸까? 엄마도 함께 데려온 걸까? 루화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겨울을 견디기만 하면 언젠가는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