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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촌에는 '수문을 지키는 자들', 즉 '망신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박랑사에는 '조설천청고'라 불리는 북이 하나 있었다. 그 북면에는 오래된 금이 하나 있었는데, 그 금은 960년,…

석가촌에는 '수문을 지키는 자들', 즉 '망신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박랑사에는 '조설천청고'라 불리는 북이 하나 있었다. 그 북면에는 오래된 금이 하나 있었는데, 그 금은 960년, 황하가 하늘을 삼킬 듯 넘치던 그해에 생긴 것이었다. 그날 석가촌 사람들은 북이 찢어질 때까지 두드리며 하늘을 향해 외쳤다. 재난을 구하러 와야 할 망신인은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엔 북소리가 천지를 울릴 만큼 커졌다. 이윽고 아내를 잃고 자식을 잃은 자들의 울음, 허둥대는 아이들의 비명이 북소리에 뒤섞였다. 그러다 어느새 북소리는 그 울음에 잠기고, 결국 울음도 멎고, 북소리도 멎었다. 울던 사람들은 죽었고, 북도 산산이 부서졌다. 그들이 기다리던 그 망신인의 이름은 석수신이었다. 조설천청고가 깨지던 그때, 그의 새 주인이 황포를 두르고 개봉에 입성했다. 석수신은 그를 맞아 개봉으로 들어갔다. 귀환하는 군대의 의장 소리가 하늘을 찔렀기에, 어쩌면 그는 그 애절한 북소리를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더 이상 망신인이 아니었다. 시위마보군 부도지휘사였다가 동평장사가 되었고, 후엔 시위마보군 도지휘사로 진급했다. 석가촌 사람들은 그 복잡한 벼슬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가 마을에서 불리던 이름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부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카악, 퉤. 이렇게 작은 마을이 어떻게 감히 장군님을 모시겠어. 왕년의 석수신? 걔는 진즉 죽었어." 그 북에 남은 금은 석수신의 부러진 척추였다. 그는 모두가 아는, 마을 사람들과 옛 친구들의 시신 위에 선 배신자였다. 주우의 죽음에도 그가 얽혀 있었다. 홍수에 삼켜진 그들의 피와 눈물은 말라붙어 결코 메워지지 않을 증오의 골이 되었다. 석수신은 다시는 석가촌에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알겠는가? 조정의 높은 자리에 선 그가 굽이치는 강물을 바라보며 어느 고을의 홍수 피해 보고서를 넘길 때, 금이 간 북을 떠올렸을지, 그 절규의 북소리가 아직 귀에 남아 있었을지, 아니면 애초부터 들리지도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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