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경이 되었다. 오늘 밤 딱따기를 치며 순찰을 도는 건 손 노인이 분명하다. 나는 그 소리만 듣고도 안다. 그의 딱따기 소리는 다른 사람보다 가벼운데, 그 가벼움 속에 떨림이 섞여 있다. 예전엔 이…
일경이 되었다. 오늘 밤 딱따기를 치며 순찰을 도는 건 손 노인이 분명하다. 나는 그 소리만 듣고도 안다.
그의 딱따기 소리는 다른 사람보다 가벼운데, 그 가벼움 속에 떨림이 섞여 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예전엔 늘 크고 경쾌하게 두드렸지만, 그날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그런 소리를 내지 못했다.
딱... 딱... 손 노인은 천천히 걸었지만,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오직 그만이 이 전각의 창살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어, 마치 가을 안개가 내려앉은 우물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그날의 비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것은 건우 원년의 가을이었다. 그날 비는 참으로 거세게 내렸다. 지붕 기와를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치 하늘마저 북을 두드리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전각 안은 섬뜩할 정도로 고요했다.
시커멓게 몰려든 대감들은 마치 어두운 숲처럼 서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머리 꼭대기에 달렸지만, 마음은 발밑에 숨겨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대인이 왜 죽어야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충직했기에 죽었고, 은혜를 알았기에 죽었으며, 당파 싸움의 화 때문에 죽었다.
하지만 황제의 뜻이 이미 떨어졌으니, 그의 죽음엔 그에 걸맞은 명분이 필요했다.
'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간악한 자와 몰래 결탁하여 반란을 꾀하였다.'
그 글귀 하나하나가 그를 진흙탕에 처박았다. 누구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감히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비바람이 대나무에게 고개를 숙이라 명하면, 대나무는 꺾일 수밖에 없는 법. 전각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 대나무가 꺾이고, 부러지고, 짓밟혀 진흙탕에 휩쓸려 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는 침묵 속에 돌아서서 각자의 우산을 펼쳤다.
나에게도 우산이 하나 있었다. 나는 손톱이 우산대를 파고들 만큼 그것을 꽉 쥐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앞으로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했다.
그렇게 이 대인의 마지막 한숨은 황궁의 허공 속으로 녹아들었다. 매번 거대한 의식이 끝나고 풍악이 멎을 때, 그 소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던 것처럼.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이 뚝, 뚝 벽돌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지금 손 노인의 딱따기 소리보다 더 선명하게 귓가를 때렸다.
내 잘못이 아니다. 고작 작은 내시 주제에 제 머리 위 반 치 하늘조차 떠받치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이미 정해진 판을 뒤집을 수 있었겠는가.
지난 두 해 동안 나는 매일 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렀다. 마치 목숨을 지켜주는 부적을 외우듯이. 하지만 이 부적은 꿈까지 막아주진 못했다. 꿈속에서는 늘 거센 비가 내렸고,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지난달 손 노인과 술을 마셨다. 술이 식어 갈 무렵, 그가 뜬금없이 중얼거렸다. "이 대인께서... 예전엔 내 딱따기 소리를 제일 좋아하셨지." 말을 마치고는 웃었는데, 우는 것보다 듣기 괴로운 웃음이었다.
예전의 그는 늘 말하곤 했다.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조상님 위패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저 술이 식었으니 그만 데워야 하겠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식어버린 술을 마시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법을 배워버린 것이다.
그날의 빗방울은 그렇게 여러 해에 걸쳐 스며들었다. 전각 밖의 벽돌 틈에서부터 차가운 전각의 바닥으로, 그리고 내 뼛속 깊은 곳까지.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붓을 들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자들은 벌레에게 갉히고, 먼지에 파묻혀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얼 위해 쓰는 걸까? 스스로에게 들려주기 위함인가, 아니면 훗날의 누군가에게 남기기 위함인가.
모르겠다.
그저 뼛속까지 시릴 뿐이다. 서늘한 달빛이 내 발밑의 벽돌 바닥은 환히 비추지만, 정작 나는 비추지 못한다.
오늘 밤에도, 과거의 수많은 밤에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밤에도... 달빛은 끝내 내게 닿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