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인가?" "사가구입니다." "본적은 어디인가?" "아마도... 영주 사람입니다." "아마도?" 징병 등록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앞에 선 사내를 훑어…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인가?"
"사가구입니다."
"본적은 어디인가?"
"아마도... 영주 사람입니다."
"아마도?" 징병 등록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앞에 선 사내를 훑어보았다.
키는 요구 사항에 맞고 나이도 아직 젊어 보였다. 몸도... 겉으로 보기엔 별문제가 없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급 관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붓을 핥아 장부에 한 줄을 적어 내려갔다.
"이경행, 군영에 들어가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 알겠나?"
쓸데없는 일은 안 하는 게 낫다. 이 세상에 누가 남의 이름을 사칭해서 병졸이 되려 하겠는가?
하지만 '사가구'는 그랬다.
그는 죽은 자들의 무더기에서 기어 나왔다. 성이 함락되고 그의 장군은 항복했으며 그의 전우들은 사라졌지만 하늘은 마치 그와 장난치듯 그를 살려두었다.
살아남기는 했지만, 이 망망한 천지에 그가 온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지니고 있던 마지막 돈을 술값으로 쓴 뒤, 다시 자신을 군에 팔아넘겼다.
마치 그가 아직 여기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인가?"
"주부귀입니다."
"성 안에는 무슨 일로 들어가려는 거지?"
"서신을 전하러 왔습니다. 조철이라고 먼 친척 하나가 있는데 난성에 주둔 중입니다. 보십시오..." 그는 익숙하게 술주머니를 꺼내 이 수성 병사에게 건넸다.
"알았네, 알았어. 들어가게. 그런데 이 술, 향이 제법 좋은데?" 병사는 마개를 열어 향을 맡아보더니 손을 휘휘 저어 그를 들여보냈다.
쓸데없는 일은 안 하는 게 낫다. 요즘 세상에 가난한 친척 하나 없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주부귀'에게는 그런 친척이 없었다.
그의 부모는 일찍 죽었고 죽을 때 그에게 제대로 된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군에 입대할 때까지도 촌스러운 어릴 적 이름을 그대로 써야 했다.
사람들은 흔한 이름일수록 오래 산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늘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그런지 하늘도 그를 거두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집도 없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어째서 집으로 돌아갈 가족이 있고,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던 전우들은 모두 전장에서 죽은 것일까?
그래서 그는 짐을 메고 길을 나섰다. 전우들이 끝내 전하지 못한 유서와 군량을 가족들의 손에 전해 주기 위해. 한 곳에 도착할 때마다 이름을 하나씩 바꾸었다.
마치 그들이 모두 아직 여기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너는...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냐?" 이번에는 그가 남에게 물을 차례였다.
"저는 조불역이라고 합니다."
"네 큰아버지가 조석이냐?"
"어? 아저씨, 우리 큰아버지를 아세요? 우리 큰아버지는 참군한 지 여러 해 되었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그는 조철을 알지 못했지만 조석은 알았다. 그와 함께 마지막 서신을 쓴 전우였고 진안채에서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한 형제였다.
난성에는 집집마다 베를 짰기에 조 씨 집안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자신이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았다.
그는 가슴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서신을 꺼내 조불역의 손에 쥐여주며 조석에게 전하라고 했다.
조불역은 손에 든 피로 물든 봉투를 보고 다시 눈앞의 삿갓 쓴 남자를 보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큰아버지는... 이제... 돌아오지 못하는 거죠?"
그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은 뒤, 몸을 돌려 떠났다.
등 뒤에서 아직 앳된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나중에 또 뵐 수 있나요?"
그는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며 이름 하나를 말했다. "정헌진이다."
그 이름의 주인은, 조불역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이었다. 다만... 그 아이 역시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얼마나 더 시간이 흘렀을까...
성문 앞에서 위병이 성을 나서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인가?"
"맹관입니다."
"맹관... 어디로 가는 길이지?"
"북쪽으로 갑니다."
"북쪽에는 무슨 일로?"
"사람을 찾고 서신을 전하려 합니다."
"맹관"은 새로 바꿔 쓴 삿갓을 눌러쓰고 인파에 섞여 북쪽으로 향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이 이름들의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자신은 어떨까.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이름은 필요 없다.